“나이지리아 기독교인 대상 학살은 점진적 집단학살”

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국제 인권단체, 유엔 특별보고관에 보고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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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인과 온건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집단학살(genocide)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유엔에 제출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국제 인권단체인 제노사이드 워치(Genocide Watch)와 집단학살 방지 연맹(Alliance Against Genocide)는 최근 종교 또는 신앙의 자유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인 나질라 가네아(Nazila Ghanea)에게 공식 각서를 제출하고,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하는 조직적 종교 박해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보고서는 보코하람(Boko Haram),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지부(ISWAP), 풀라니 지하디스트 민병대, 라쿠라와(Lakurawa) 등 무장단체들이 2001년 이후 6만 명 이상을 살해하고 22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나이지리아 중부 벨트 지역과 북부 지역에서 교회, 기독교 마을, 학교 및 민간인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왔으며, 최근 들어 폭력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2025년과 2026년 들어 공격 빈도가 크게 증가했으며, 일부 나이지리아 보안군이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공격을 방관하거나 적절히 개입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나이지리아 군 내 일부 풀라니족·하우사족 무슬림 장성들이 기독교 마을 학살을 막기 위한 군 개입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지하디스트 단체들이 목초지 확장을 원하는 풀라니족 목축업자들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에는 군 및 정치권 인사들과 연관된 인물들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인 무하마드 부하리(Muhammadu Buhari)도 언급했다.

납치 역시 무장단체들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지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최소 580명의 민간인이 납치됐으며, 일부 인질 수용소는 군 기지 인근에서 운영되고 있음에도 폐쇄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베누에(Benue), 플래토(Plateau), 카두나(Kaduna), 코기(Kogi) 주에서 반복적인 공격과 학살, 강제 이주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누에주에서는 2025년 중반까지 50만 명 이상이 국내실향민(IDP) 수용소로 이동했으며, 상당수 수용소가 식량과 식수, 의료 서비스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5년 6월 베누에주의 가톨릭 마을 옐와타(Yelwata) 공격 사건이 언급됐다. 보고서는 풀라니족 무장세력이 최소 100명에서 200명 사이의 주민을 살해하고 가옥을 불태웠으며, 희생자 가운데 어린이와 노인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2025년 7월 플래토주 빈디(Bindi) 기독교 농촌 마을에서도 최소 27명의 민간인이 살해됐으며, 인근 보안부대가 구조 요청을 받았음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이러한 폭력 사태를 단순한 목축민과 농민 간 갈등 또는 범죄 문제로 축소 해석하고 있으며, 종교적 박해의 성격을 의도적으로 희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일부 국제사회 역시 이번 사태를 기후변화에 따른 이주 문제나 전통적 부족 갈등, 일반 범죄 문제로 설명하면서 종교 박해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유럽연합(EU), 엠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 그리고 유엔(United Nations) 사무총장 측이 대규모 학살과 강제 이주,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공격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이를 공식적으로 집단학살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에는 제노사이드 워치(Genocide Watch) 서아프리카팀 소속 마사라 킴(Masara Kim)과 마이크 오데 제임스(Mike Odeh James)의 현장 증언도 포함됐다. 이들은 중무장한 무장세력이 마을을 습격해 주택과 농장, 농작물을 불태우고 주민들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보안군이 반복적인 구조 요청에도 개입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또한 실향민 상당수가 생계를 잃고 위험한 불법 채굴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폭력 사태를 취재한 언론인들 역시 협박과 구금, 살해 위협에 직면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유엔 특별보고관이 나이지리아 내 종교 박해 문제를 축소하지 말고 명확하게 다룰 것을 촉구했다. 또한 나이지리아 보안체계 개혁과 국제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대한 압박 강화를 요구했다.

보고서는 “나이지리아에서는 지하디스트 테러리스트들이 기독교인과 온건 무슬림을 상대로 잔혹한 내전을 벌이고 있다”며 “기독교인에 대한 집단학살은 서서히 진행되는 ‘소모적 집단학살(genocide by attrition)’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나이지리아 내 반기독교 박해 문제는 국제 정치권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해당 폭력을 공개적으로 규탄한 바 있다. 그러나 볼라 티누부(Bola Tinubu)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이러한 사건이 특정 종교를 겨냥한 박해나 집단학살이라는 주장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민자유와 법치주의를 위한 국제사회(Intersociety)는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6년 1월부터 4월 초까지 나이지리아에서 1,400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살해됐으며 약 1,800명이 납치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에 대해 종교적 편향이나 공모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하며, 현재 국가가 테러리즘과 무장 범죄조직, 지역 공동체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광범위한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