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혁보다 영혼 구원이 최우선 사명”

지구촌선교연구원, 2026 선교포럼 ‘다시 바울에게 묻다’ 개최
포럼이 열리는 모습. ©노형구 기자

현대 선교신학이 사회 구제와 환경 운동, 다원주의적 종교 대화에 치우쳐 복음의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구촌선교연구원(원장 안승오 교수)과 중동성서신학원이 주관하고 미션교회(김병호 목사)와 성은교회(홍세광 이사장)가 후원한 ‘2026 선교포럼: 다시 바울에게 묻다’가 29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사랑홀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 참여한 선교학자들과 목회자들은 1세기 로마 제국의 압박 속에서도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만을 전했던 사도 바울의 선교 영성을 재조명하며, 현대 에큐메니컬 선교신학의 한계를 지적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미션교회 담임 김병호 박사(전 장신대 겸임교수)는 터키 선교사 시절의 소회를 밝히며 오늘날 한국 교회에 바울과 같은 선교적 비전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김 박사는 “과거 바울이 활동했던 터키 땅이 현재 기독교 영성이 죽은 황폐한 곳이 된 것을 보며 지금의 한국에도 바울과 같은 선교 열정을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특히 모든 제자가 선교적 부르심을 받았음에도 바울처럼 세계를 품고 선교하려는 비전이 부족했다”라고 했다.

이어 김 박사는 신약성경 전체에 등장하는 ‘그리스도 안에서’라는 표현의 60%가 바울 서신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바울 선교의 그리스도 중심성을 설명했다. 김 박사는 “바울에게 나타난 삼층천 체험(고후 12장)은 그가 선교 사명에 불타오르게 된 계기이자 종말론적 영성을 갖고 선교하게 된 기폭제였다”라며 “바울은 현재의 고난과 핍박, 약점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종말론적 희망을 품고 선교했다”라고 했다.

아울러 “바울 신학에서 하나님 나라는 철저히 그리스도 중심이며 이는 막연한 미래가 아닌 바울이 경험한 하나님 나라를 현재로 체현하며 전도할 수 있도록 이끈 원동력이었다”라며 “바울에게서 신학자이기 전에 선교사의 면모를 보아야 한다”라고 했다. 현대 선교신학과 관련해 김 박사는 “에큐메니컬 선교 신학은 현세에 집중해 다원주의적 차원에서 생태 환경 등에 치우친 감이 있다”라며 “반면 바울의 선교 영성은 다원주의를 배격하고 그리스도 중심성으로서 그리스도로서 살아가려는 데 있다”라고 했다.

캄보디아 장신대 초빙교수 김승호 교수(전 한국성서대 교수)는 현대 신학교육의 방향성을 비판하며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기 위해 바울의 선교 방식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대 신학교의 잘못은 성경 그 자체를 가르치기보다 성경을 이용해 사상을 펼쳐가는 데 있다”라며 “이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바울에게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1세기 로마 인구의 30%가 노예였음에도 바울이 사회 구조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김 교수는 “바울은 노예해방이나 사회해방을 외치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다”라며 “현대 선교신학도 에큐메니컬에 치우쳐 이 세계의 부조리를 해결하자는 경향이 있는데, 바울이 어떻게 선교하고 가르쳤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라고 했다.

특히 세계교회협의회(WCC)의 구원관을 거론한 김 교수는 “WCC는 인간의 문제가 차별, 억압, 착취 등 구조악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하지만 본질적 이슈는 하나님과의 화목이다”라며 “하나님과 화목하지 못한 이가 목회자가 된다면 또 다른 사람을 억압할 수 있기에 바울은 구원을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과 부활로 보았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WCC가 구원을 인간화와 사회적 해방을 통해 정의, 평화, 인간화를 이뤄내는 데 있다고 주장하지만 선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과 부활이라는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라며 “바울의 선교신학은 예수를 유일한 구주로 보지만 WCC는 해방자와 사회개혁가로 본다”라고 했다. 이에 따라 “바울은 복음 전파를 통한 영혼 구원, 교회 개척, 제자화, 하나님 나라 확장을 강조하나 WCC는 구제 등 사회변혁에 목표를 둔다”라며 “정의실현, 사회참여, 인간화가 복음 선포를 대체할 수 없고 복음 선포가 없는 선교는 선교가 아니다”라고 했다.

알파인국제대학교 총장 구성모 박사는 현대 선교 현장에서 적용해야 할 사도 바울의 실제적인 선교 전략 6가지를 제시했다. 구 박사는 “첫째로 바울은 복음의 중심성을 강조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예수 그리스도만을 붙잡았고 십자가와 부활을 철저히 의존했다”라며 “21세기도 복음은 마찬가지이며 핵심은 그 사람이 복음으로 되살아났는가에 있다”라고 했다. 이어 두 번째 원리로 거점 확보와 네트워크 확장을 꼽은 구 박사는 “바울은 항구, 상업, 행정이 교차하는 인적 네트워크의 허브를 공략해 복음이 흐르도록 했다”라며 “이 방식을 서울 등 다양한 인종이 모이는 메가시티의 디아스포라 교회 개척에 적용해야 한다”라고 했다.

구 박사는 세 번째 원리로 공동체 형성과 교회 자립을 언급하며 “바울 선교의 궁극적 목표는 자립이었으므로 선교지도 교회의 후원에만 의탁하지 않고 스스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다. 네 번째 원리인 상황화의 지혜에 대해서는 “바울이 보여준 아레오바고 연설처럼 대상의 철학적 언어로 복음을 번역하되, 문화의 접촉점은 긍정하고 우상숭배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라고 했다. 다섯 번째 원리로 협력과 파트너십을 제시한 구 박사는 “바나바, 디모데, 브리스길라 등 다양한 은사의 결합을 통해 독선을 막고 동반 성장했다”라며 “한국 선교도 교단, 교파, 선교사들의 단독 플레이를 지양하고 의료, IT, 교육, 비즈니스 전문성을 결합해 다양한 국적과 세대가 함께 선교해야 한다”라고 했다.

마지막 여섯 번째 원리로 고난의 수용을 꼽으며 “바울은 질그릇 비유를 통해 큰 능력이 하나님께 있음을 증명했다”라며 “선교사들도 사역적 영광보다 약함과 고통을 공유하는 십자가 영성을 긍정하고 주를 의지하는 선교를 지향해야 한다”라고 했다. 구 박사는 “교회는 선교사의 선교 실적에 압박을 가하지 말고 믿고 보냈으면 그들의 선교 사역을 지지하자”라고 했다.

안승오 박사(맨 왼쪽)가 발제하고 있다. ©노형구 기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안승오 교수는 선교의 대상을 명확히 정의하며 에큐메니컬 선교학의 오류를 지적했다. 안 교수는 “바울에게 선교의 대상은 인간이었으며 인간 외에 다른 존재를 선교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라며 “그러나 에큐메니컬 진영을 중심으로 한 선교신학은 인간 외에 사회나 창조 세계 등 다른 대상도 선교 대상으로 삼는다”라고 했다. 안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그리스도 안과 밖을 기준점으로 삼았던 바울과 달리 에큐메니컬 선교신학은 세상을 부자와 가난한 자로 나누는 관점을 지향하며, 전통적 선교가 인간 개인의 구원을 목표로 삼는 반면 에큐메니컬 진영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인간화'를 목표로 둔다.

안 교수는 로마 시대의 극심한 노예제 속에서도 바울이 취했던 태도를 근거로 들었다. 안 교수는 “바울은 WCC의 선교 지향점과 달리 노예 해방을 부르짖지 않고 그리스도를 영접한 노예들에게 육체의 상전들을 주께 하듯 섬기라고 강조했다”라며 “주인들에게도 종들을 하대하지 말고 사랑하는 형제로 대할 것을 말하며 계급 투쟁이 아닌 복음의 능력으로 사랑 혁명을 일으킬 것을 강조했다”라고 했다. 안 교수는 사회를 선교 대상으로 삼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경고하며 “통합 측 대표 선교신학자인 이형기 교수조차 막시즘적 사상이 기독교 신학에 침투한 결과 선교 개념이 인간화와 동일시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라며 “사회를 선교 대상으로 삼을 때 선교가 복음 운동이 아니라 정치 운동으로 변질될 수 있다”라고 했다.

끝으로 안 교수는 “창조 세계를 선교 대상으로 삼는 것도 문제이며 피조물의 구원은 우리의 힘이 아닌 하나님의 신비한 역사이자 하나님의 아들의 구원이 완성될 때 이뤄진다”라며 “교회가 환경, 정치, 평화 등 사회 변혁과 창조 세계 복원에만 치우칠 때 하나님이 교회에게 명령하신 복음전파의 책무를 저버릴 위험이 있으므로 교회는 복음 전도에 우선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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