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과 마을목회의 방향을 모색하는 포럼이 28일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 선교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초고령사회와 공동체 해체, 지역 돌봄 위기 속에서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과 지역교회의 통합돌봄 사역 방향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한 사람의 돌봄이 한 마을을 살리고, 한 교회의 부르심이 시대를 깨운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통합돌봄네트워크가 주최하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도농사회처가 공동 주관했다. 현장에는 목회자와 교계 관계자, 돌봄 사역 관계자 등이 참석해 한국 사회와 교회의 새로운 돌봄 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행사는 사회봉사부장 조중현 장로(영주교회)의 기도로 시작됐다. 이어 한국장로교총연합 대표회장이자 효행중앙교회 담임인 이선 목사가 인사말을 전했다.
이선 목사는 “오늘날은 통합돌봄과 마을목회를 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며 “한국교회가 변화된 문화 속에서도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는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시대적 요청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마을목회와 공동체 회복의 필요성 강조
첫 번째 발제는 노영상 박사(전 호남신학대학교 총장·총회한국교회연구원 원장)가 맡아 ‘통합돌봄과 마을목회’를 주제로 발표했다.
노 박사는 21세기 들어 한국신학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마을목회의 배경을 설명하며, 오늘날 인류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 위기 속에서 공동체 회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마을목회가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지구생명공동체의 위기와 한국교회의 침체를 언급했다. 심각한 환경 문제와 경제적 양극화, 초고령사회 진입과 저출산 문제, IT 기술 확산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 세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외 현상 등이 현재 사회가 직면한 주요 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생명 멸절과 세속화, 탈종교화의 상황 속에서 교회가 어떤 개혁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됐다”며 마을목회가 단순한 지역 프로그램이 아니라 공동체 회복을 위한 대안적 목회신학이라고 설명했다.
노 박사는 마을목회가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공동체적 행복을 함께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사회 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나친 개인주의를 지적하며, 기독교가 강조하는 사랑과 공동체성, 연대의 가치를 지역사회 안에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삶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만의 성공보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함께 뛰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버는 것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삶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그 나라와 그의 의를 먼저 구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 박사는 마을목회가 농어촌에만 해당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도시 지역 역시 공동체성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도시에서의 마을목회 운동이 더욱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을목회는 지역공동체로서 하나님 나라를 동네 속에 세우는 목회”라며 “도시에서는 동 단위, 농촌에서는 면 단위 정도의 지역을 하나의 생명공동체로 세워가는 목회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통합돌봄, 교회의 책임 있는 대응 필요”
이어진 발표에서는 임종한 박사(인하대 의과대학)가 ‘통합돌봄의 이해와 사회적 경제 배경’을 주제로 발제했다.
임 박사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을 언급하며, 지역 돌봄의 제도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률 통과 자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통치약은 아닐 수 있다”면서도 “지역 돌봄 체계 구축을 희망해 온 이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통합돌봄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용자 중심 원칙과 통합성, 적합성, 보충성 등의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적인 복지국가 체계가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지역공동체 중심의 돌봄 참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교회의 디아코니아 전통을 언급하며 한국교회가 돌봄 사역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 박사는 고(故) 장기려 박사의 정신을 계승한 기독 의료인들의 활동도 소개했다. 그는 기독 의료인들이 돌봄과 섬김 정신을 바탕으로 의료협동운동을 개척해 왔으며, 현재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돌봄사회적협동조합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교회가 취약계층을 돌보는 체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며 “지역사회 교회를 중심으로 통합돌봄체계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지역교회의 돌봄 사역 준비 방안 제시
박홍래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는 ‘지역교회의 통합돌봄 사역을 위한 준비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박 박사는 지역교회가 통합돌봄 사역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목회 철학과 사역 방향 재정립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돌봄 중심의 조직 개편과 전문 인력 발굴 및 훈련, 지역사회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교회의 통합돌봄 사역이 내부 체질 개선과 외부 연계 강화라는 두 축 안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경적 비전과 목회 철학의 재정립을 바탕으로 돌봄 중심 조직 개편과 전문 인력 양성, 지역사회 협력 네트워크가 함께 작동할 때 교회는 단순한 봉사기관을 넘어 지역사회의 회복을 이끄는 선교적 돌봄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통합돌봄 사역은 단기적 사회봉사 차원을 넘어 교회의 본질적 사명과 연결되는 장기적 과제로 제도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포럼에서는 실제 현장의 통합돌봄 및 마을목회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통합돌봄시대의 돌봄교회와 돌봄마을 사례를 비롯해 쌍샘자연교회 사례, 해인교회와 ‘내일을 여는 집’의 실천 사례 등을 함께 나누며 지역사회 속 교회의 역할과 가능성을 모색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질의응답과 폐회기도 순서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