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극단적 보수주의가 나타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과격한 진보주의가 나타난다. 겉으로는 서로 다른 모습처럼 보이지만, 극우와 극좌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타협과 대화를 거부하며, 자신만 정의롭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극단은 언제나 상대를 제거하려 하고, 결국 공동체를 무너뜨린다. 역사를 돌아보면 극단적 이념은 수많은 상처를 남겼다.
프랑스혁명의 공포정치, 독일 나치즘의 광기, 공산혁명의 폭력, 문화대혁명의 혼란은 모두 극단적 사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정의와 이상을 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열과 증오, 그리고 파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한민국도 지금 그 위험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국민이 서로를 향해 “적”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 공동체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정책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이라는 사실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성경은 극단보다 화해와 사랑, 절제와 지혜를 강조한다.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태복음 5:9) 예수님은 어느 한 진영의 선동가가 아니셨다. 예수님은 로마 권력의 억압도 꾸짖으셨고, 종교지도자들의 위선도 책망하셨다.
그러나 미움과 폭력으로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사랑과 진리로 사람을 변화시키셨다.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태복음 5:44)
오늘 대한민국에는 상대를 무너뜨리는 정치보다 서로를 살리는 정치가 필요하다. 분노를 자극하는 지도자보다 국민을 하나로 묶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극단의 언어보다 책임 있는 언어가 필요하다. 특별히 한국교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교회는 극우나 극좌의 정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세상의 증오를 확대하는 곳이 아니라 화해와 회복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 교회가 편 가르기의 중심에 서면 복음의 능력은 약해진다.
초대교회는 로마의 압박 속에서도 증오혁명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랑과 섬김으로 세상을 변화시켰다. 18세기 종교개혁의 완성자이자 “성령신학의 창시자” 영국의 존 웨슬리 역시 사회의 부패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증오와 폭력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성령의 변화와 사회적 성결을 통해 나라와 사회를 새롭게 하려 했다. 웨슬리는 한쪽 이념의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사람이었다.
오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극단”이 아니라 “더 깊은 성숙”이다. 상대를 침묵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내 편만 살리는 나라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는 원래 나라를 무너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보수는 나라의 뿌리를 지키고, 건강한 진보는 사회를 새롭게 만든다. 두 힘은 서로 제거해야 할 적이 아니라 균형 속에서 국가를 건강하게 만드는 두 축이다.
강은 양쪽 둑이 있어야 흐른다. 한쪽 둑이 무너지면 강은 범람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극단은 나라를 무너뜨리지만 균형은 나라를 살린다. 지금 우리는 외쳐야 한다. 극우를 뛰어넘자. 극좌를 뛰어넘자. 증오를 뛰어넘자. 분열을 뛰어넘자. 그리고 자유와 책임, 정의와 사랑, 공동체와 민주주의가 함께 살아 있는 나라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극단의 승리에 있지 않다. 진정한 희망은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성숙한 국민의식에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이 극우와 극좌를 뛰어넘어 새로운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다. 분열의 시대를 넘어 화해의 시대로, 증오의 시대를 넘어 사랑의 시대로, 대립의 시대를 넘어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서로를 무너뜨릴 때 강해지는 나라가 아니라, 서로를 품을 때 더욱 위대한 나라가 된다.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에베소서 2:14)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베드로전서 4:8)
양기성 교수(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교회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양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