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첫 통일백서에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인 두 국가 관계’가 명시됐다. 북한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데 이어 정부가 그걸 처음으로 공식 인정하는 듯한 표현을 문서화 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통일부가 지난 18일 공개한 통일백서에는 “남북이 사실상의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해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관계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적혀있다. 이어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관계’는 남북 간 긴장 완화를 통해 북한이 느끼는 불신과 위협을 완화하고 ‘적대’를 ‘평화’로 전환함으로써 한반도 평화공존을 제도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했다.
‘평화적 두 국가론’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하고 있다”며 줄기차게 주장해 표현과 정확히 일치한다. 북한의 일방적인 주장을 통일부 장관이 거의 어조로 거론하더니 결국 정부의 통일·대북 정책을 담은 공식 문서에까지 처음으로 수록됐다는 점에서 논란과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거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굴종적·반헌법적 분단 선언”이라고 했다. 정부의 통일백서가 헌법에 명기된 통일을 부정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국교회언론회도 최근 논평에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가치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헌법 3·4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도서'로 정하고 자유민주주의적 통일을 지향한다고 돼 있다. 그런 헌법 정신과 규정에 비쳐볼 때 남북을 평화적 ‘두 국가’로 인정하든, 북한처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든 모두 헌법 위배 소지가 있다. 통일부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을 통해 서로의 정치적 실체를 존중한 역대 정부의 입장을 계승한 것”이란 입장이지만 그 실체를 문서로 공식화하는 건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매년 발간하는 통일백서는 정부의 통일·대북 정책을 종합하는 정부의 공식 문서다. 이 문서에 북한이 주장해 온 ‘두 국가론’을 그대로 반영한 것을 북한의 정치적 실체를 존중하는 차원이란 말로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아무리 남북 대화 재개가 급하고 중한들 대한민국 통일정책의 근간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얻으려 하다가 대한민국의 실체까지 부정당하지 않을까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