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대 맞은 교회, ‘반려견 장례예배’ 어디까지 가능한가

목회자 60% 반려견 장례예배 거절… “상실감 돌봄은 필요하지만 기독교 장례 의미와는 달라”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교회 현장에서도 반려견 장례예배 요청과 관련한 목회적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체 가구의 약 30%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를 맞아 성도들의 삶과 정서가 변화하면서, 목회 현장 역시 새로운 질문 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최근 한 기독교 기관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 10명 중 6명은 성도의 반려견 장례예배 요청에 대해 “거절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고민된다”거나 “승낙한다”는 응답 역시 적지 않은 비율로 나타나면서, 반려견 장례예배 문제를 단순히 찬반의 차원으로만 보기 어려운 현실도 드러났다. 실제로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성경적 이해와 목회적 돌봄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를 두고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학자들과 기독교계 인사들은 반려견 장례예배에 대해 공통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반려동물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 성도들에 대한 위로와 돌봄의 필요성은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반려동물 상실은 현실… 교회의 목회적 대응 필요”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목회사회학)는 반려동물 문제를 이제 교회가 외면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국내 반려인구가 약 30%에 달하고 있으며 반려견은 546만 마리, 반려묘는 217만 마리에 이른다”며 “이제 반려동물 문제는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사회 현실이 됐다”고 했다.

이어 “반려동물의 죽음은 주인들에게 매우 큰 상실감을 안겨준다”며 “이른바 펫로스 현상은 이미 중요한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았고 상담과 정신의학적 대응까지 이뤄지고 있지만 교회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늦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반려견 장례예배 문제를 목회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큰 상실을 겪고 있는 성도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교회가 함께해야 한다”며 “장례예배 요청을 무조건 거절하기보다 목회적 돌봄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학적으로도 보다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며 “성경에서 하나님은 안식일 규례 속에서도 집안의 가축을 배려하고 있으며, 요나서에서도 하나님은 니느웨 성의 사람들뿐 아니라 가축까지 헤아리고 계신다”고 했다.

아울러 “가축의 구원 문제까지 단정적으로 논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피조물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과 생명을 향한 하나님의 관심은 교회가 기억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반려견, 혼은 있지만 영혼은 없어… 기독교적 장례 의미와는 구별해야”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명예교수)는 “반려견 장례예배에 대해 성경적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반려견은 혼은 있지만 인간처럼 영혼을 가진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 기독교 신학의 기본적인 이해”라며 “기독교 장례예배는 하나님 앞에 선 인간의 영혼과 관련된 의미를 담고 있는데, 반려견 장례예배를 드리는 것은 자칫 동물의 영혼이 사후에도 존재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반려견 장례예배 자체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라면서도 “하나님께서 마지막 때 만물을 새롭게 하신다는 성경의 관점 속에서 모든 피조 세계가 새롭게 된다는 소망은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반려견뿐 아니라 산천초목과 자연 세계 역시 하나님께서 새롭게 하실 창조 세계 안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그것이 반려견의 영혼을 추모하거나 인간과 같은 내세적 존재로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 “반려동물과 함께했던 추억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것을 기독교적 장례의 의미로 연결시키는 것은 성경적 이해와는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 “장례예배는 살아있는 자를 위한 예배… 상실감 위로하는 목회적 접근은 가능”

황덕형 박사(서울신학대학교 총장) 역시 반려견 장례예배라는 표현 자체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다만 반려동물을 잃은 성도들의 상실감을 목회적으로 돌보는 차원의 접근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황 박사는 “장례예배는 본질적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예배라는 측면이 있다”며 “반려견을 잃고 큰 상실감에 빠진 성도들을 위로하는 차원이라면 목회적으로 함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려견 장례예배라는 명칭은 다소 신학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형식과 내용은 인간의 장례예배와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박사는 인간과 동물의 존재론적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특별한 존재”라며 “인간의 장례는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존재에 대한 신앙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과 동일선상에서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생명 자체에 대한 존중과 위로의 차원에서는 목회적 돌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황 박사는 “예를 들어 동물이 새끼를 낳을 때 기도를 부탁한다면 생명의 소중함과 연대성을 생각하며 기도할 수 있다”며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 역시 목회의 한 영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 자체를 영원한 존재로 실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며 “상실 가운데 있는 성도들이 오히려 하나님 말씀 안에서 위로받고 하나님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아지에게 인간과 같은 영혼이 있다는 이해는 성서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목회자는 상실감을 겪는 성도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위로하고 권면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 “교회 공동체가 미리 성경적 가르침 세워야”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반려견 장례예배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는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일 수 있지만 인격체는 아니며 영혼을 가진 존재도 아니”라며 “따라서 장례예배 등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더불어 “이 같은 논란이 커지기 전에 각 교회 공동체가 미리 성경적 가르침을 충분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반려동물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교회 역시 새로운 목회적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특히 반려견 장례예배 논의는 단순한 예식 여부를 넘어 인간과 동물의 존재 이해, 영혼과 창조세계에 대한 신학적 관점, 그리고 상실을 겪는 성도들에 대한 목회적 돌봄 문제까지 함께 연결되고 있다.

교계 안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애도와 위로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기독교 장례예배의 본질과 인간의 영적 존재성에 대한 성경적 이해는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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