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전에 오라 – 다시 이어진 부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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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식 선교사(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총연) 캐나다 노회 파송, 세계 순회 의료복음 선교사)
주재식 선교사

남미 대륙의 서쪽 끝, 태양의 온기를 품은 태평양을 따라 길고도 좁게 뻗은 나라 칠레. 그 한가운데 자리한 도시 산티아고를 향한 마음이 다시금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이 파릇한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즈음, 남반구의 그곳은 뜨거웠던 여름을 뒤로하고 찬 바람이 부는 겨울로 향하고 있었다. 이렇듯 서로 다른 계절의 흐름 속에서, 시공간을 거슬러 날아온 한 통의 메시지가 나의 일상을 잠시 멈추어 세웠다. “다시 와 달라”는, 짧지만 간절함이 배어있는 요청이었다.

잠시 멈추어 있던 마음이 그 글귀 앞에서 다시 깊은 숨을 쉬기 시작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다시 만나고 싶다는 그들의 바람과, 그 얼굴들을 다시 보고 싶은 나의 마음이 허공에서 조용히 맞닿았다. 비록 물리적인 만남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미 내 마음 안에서는 그곳을 향한 여정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들려온 소식은 이내 현실의 무거운 무게를 전해주었다. 마음으로는 이미 모든 준비가 되어 있고, 머물 곳과 기본적인 여건은 마련되어 있지만, 의료선교의 여정과 그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인 여력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솔직한 고백이었다. 함께하고 싶은 간절함과 반드시 감당해내야 할 현실의 한계 사이에서, 그들은 조심스럽고도 위태롭게 서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진료실에서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던 이들의 변화된 소식이 함께 전해져 왔다. 현실의 장벽은 여전히 높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 첫 만남의 감격을 기억하며 다시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그 기적 같은 소식들이,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든다.

#주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