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구 반대편에서 주목한 北 억류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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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가 북한에 10년 넘게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 생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 인권단체 국제기독연대(ICC)가 북한 억류 선교사 3명에게 남미 아르헨티나 인권 운동 공로상을 수여하기로 해 화제다. 북한 내 종교 탄압과 인권 억압실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과 피해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노력을 환기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ICC는 지난 11일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를 ‘그라시엘라 페르난데스 메이히데 인권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8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있을 수상식은 당사자가 억류 상태인 점을 고려해 대리 수상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상은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 시절 강제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인권 운동에 투신했던 상징적인 인물의 이름이 붙여진 인권상이다. 독재체제에 저항하며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투신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해 온 상을 탈북민 보호와 지원에 투신하다 북한에 강제 억류된 한국 선교사들에게 주기로 한 거다.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독재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권위 있는 인권상이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한국인 선교사 3명에게 돌아간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남미의 인권 탄압과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유일무이한 3대 세습 권력자가 벌인 종교적 박해의 당사자란 점에서 접촉점이 없지 않다.

세 선교사는 10여 년 전 중국 접경 지역에서 탈북민 보호와 인도적 지원 활동을 펼치다 각기 북한 공작원에 의해 체포돼 간첩 혐의 등으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 후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을 것으로 추측되나 북한이 생사 확인 요청조차 거부하고 있어 생사를 알 길이 없다.

HRNK(북한인권위원회)ICKS(국제한국회회) 그렉 스칼라튜 회장은 최근 미주 기독일보와의 대담에서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된 20만 명이 매일 강제 노동, 공개처형,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중 1만 명 이상이 가혹한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 사망한 사실이 알져지면서 더 늦기 전에 한국 선교사들을 구출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이 문제의 공론화를 꺼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의 송환 문제 질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답해 크게 논란이 된 후 대통령실이 나서 “조속한 남북대화 재개 노력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그 노력의 결과가 전무하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인권 공로상을 수여할 정도로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로 무작정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정부가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도 북한이 호응해 오지 않는 한 이 상황을 타개할 묘책이 없다는 게 답답하다. 그럴수록 정부와 정치권, 특히 한국교회가 초지일관 북한의 변화를 위한 행동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