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 스칼라튜 “북한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20만 명”

미주 기독일보와 인터뷰… “대북 정보 유입과 미 의회 행동 절실”

그렉 스칼라튜 ICKS·HRNK 회장 ©미주 기독일보
그렉 스칼라튜 ICKS·HRNK 회장이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개선된 것이 아니라 김정은 정권 하에서 더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규모에 대해서도 “10년 전까지만 해도 12만 명 정도로 봤지만, 지금은 규모가 확대돼 20만 명 정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스칼라튜 회장은 최근 미주 기독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문제의 핵심 과제로 대북 정보 유입, 정치범수용소 문제, 납북자 문제, 미국 의회의 북한인권법 재승인을 꼽았다. 그는 “북한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사람들은 결국 북한 주민들”이라며 “북한 주민들을 지원하려면 정보 유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스칼라튜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북한 내부의 인권 상황은 그동안 조금이라도 개선됐다고 보는가?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김정은 정권 하에서 북한 인권 상황은 더 나빠졌다. 김정일은 오랜 기간 후계 수업을 거치며 권력 기반을 구축한 뒤 집권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매우 짧은 준비 기간을 거쳐 젊은 나이에 권력을 승계했다. 그만큼 정권 내부의 불안정성을 강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통제와 공포정치로 다스리려 했다.

그 결과 숙청은 더 빠르고 강하게 이뤄졌고, 국경 통제도 한층 엄격해졌다. 외부 정보 유입 역시 강하게 차단됐다. 과거에는 장마당, 중국과의 접촉, 탈북 경로 등을 통해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접할 여지가 있었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그런 통로들이 훨씬 좁아졌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하고 스스로 현실을 판단할 가능성을 정권이 더 체계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 인권 상황은 정체된 것이 아니라 악화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부터 해야 한다고 보는가?

우선 미국 의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 미국 의회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비교적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인권법 재승인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인권법 재승인은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물론 지금 미국이 다뤄야 할 국제 현안이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문제 등 긴급한 사안들이 많다 보니 북한 인권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그러나 북한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예전에는 의회 안에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이끌어 가는 의원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수가 매우 제한적이다. 다시 의회 차원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오랫동안 긴급한 사안으로 강조해 왔다. 동시에 북한 주민을 깨우는 대북 정보 유입도 중요하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

북한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사람들은 결국 북한 주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의 현실을 알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미국의 대북 방송, 특히 자유아시아방송(RFA) 같은 매체의 규모와 지원이 줄어들었다. 이것은 큰 문제다.

한국 정부 또한 대북 정보 유입에 적극적이지 않아 이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여기에 김정은 정권은 외부 정보 유입을 더욱 엄격하게 차단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북한 주민들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정보 유입부터 다시 강화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의회의 역할 없이 이 문제를 풀기 어렵다고 본다.

- 결국 미국 의회가 다시 움직여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의회도 움직여야 하고 국무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 단체 역시 과거 국무부 지원을 통해 위성사진 분석,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 문제, 북한의 정보 환경 연구 등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그 지원이 갑자기 중단된 적이 있다. 행정부가 바뀌면서 어느 정도 기대를 가졌지만, 아직 충분한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우리는 개인 기부자들과 민간 재단의 지원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북한 인권 단체들의 상황은 훨씬 어렵다. 미 의회와 행정부의 지원이 있을 때 북한인권 운동 또한 크게 가시적으로 활성화 될 수 있다. 북한 정권은 지금도 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면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그것으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 인권운동이 다시 동력을 회복하려면 어떤 방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과 안보의 연결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와 안보 문제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북한 정권이 주민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방식은 핵·미사일 개발과도 연결돼 있다. 인권 문제를 외면하면 안보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

- 인권과 안보가 왜 함께 가야 하는지 더 설명해 달라.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는 북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도 핵무기를 갖고 있고,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과거 핵무기를 보유했다가 포기한 사례가 있다. 물론 이들 국가가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극단적인 인권 유린 정권은 신뢰하기 어렵다.

북한이 21세기 국제사회에 정상적으로 합류하려면 정치범수용소와 교화소, 관리소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 성분제도와 같은 차별적 통제 체제도 유지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신뢰하려면 먼저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안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현재 북한 정치범수용소에는 어느 정도가 수감돼 있다고 보는가?

20만 명 정도로 본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약 12만 명 정도로 추산했지만, 지금은 수용소 규모가 확대됐다고 본다. 현재는 20만 명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

특히 정치범수용소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독교인 박해다. 북한에서는 기독교 신앙을 가졌거나, 기독교인 가족이 있거나, 중국 등 외부에서 기독교인 또는 선교사와 접촉했다는 의심만으로도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와 각종 구금시설에 수감된 기독교인이 5만~7만 명에 이를 수 있다. 북한 정권은 기독교를 단순한 종교 활동이 아니라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보기 때문에, 기독교 박해는 북한 인권 문제의 가장 잔혹한 단면 가운데 하나다.

-이번 포럼에서 납북자 문제도 언급했다. 정치범수용소 문제와 함께 이 사안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납북자 문제는 새로운 의제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2011년에 관련 보고서를 냈고, 이후에도 이 문제를 계속 추적해 왔다. 유엔에서도 일본 정부, 대한민국 정부, 미국, 호주, 뉴질랜드, 유럽연합 등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여러 차례 이 문제를 다뤘다.

최근에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납북자 문제를 다시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정치범수용소 피해자들의 경우도 상황은 매우 어렵지만, 수감됐다가 석방된 뒤 탈출해 국제사회에 증언하는 사례들이 있다. 그러나 납북자 문제는 여전히 생사 확인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고, 가족들은 수십 년 동안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한 채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납북 피해자 가족과 친척들을 만날 때마다 이 문제가 얼마나 절박한지 다시 느낀다. 이제는 관련 자료를 다시 정리하고, 국제사회가 제기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외교적 접근을 고려하면, 다른 북한 인권 의제보다 납북자 문제를 먼저 제기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워싱턴에서 북한 인권운동을 계속 이끌고 있다. 앞으로 어떤 소명을 가지고 활동할 생각인가?

나이가 들고 있지만, 젊은 활동가들과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없더라도 이 젊은 세대가 북한 인권운동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물론 나 역시 포기할 생각은 없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 활동은 계속돼야 한다.

*HRNK(북한인권위원회, Committee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는 워싱턴 D.C.에 기반을 두고 북한 인권 문제를 조사·연구하며 국제사회 대응을 촉구해 온 비영리 민간단체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와 강제노동, 구금시설, 납북자 문제, 종교 박해 등 북한 내 인권 유린 실태를 조사하고, 관련 보고서 발간과 정책 제언을 통해 미국 의회와 행정부, 유엔 등에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 왔다.

ICKS(국제한국학회, International Council on Korean Studies)는 1996년 설립된 비영리·비정파 연구단체로 한국 문제와 한미관계, 안보, 통일, 한인사회 관련 의제를 학술·정책 차원에서 다뤄 왔으며, 최근에는 허드슨연구소, HRNK 등과 함께 한반도 안보와 북한 인권 문제를 연계해 조명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