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 신약 사본 ‘코덱스 H’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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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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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ity of Glasgow

초기 기독교의 가장 오래된 신약성경 사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필사본에서 사라졌던 수십 장의 페이지가 복원되며, 사도 바울의 서신과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성경 읽기 방식에 대한 새로운 단서가 드러났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영국 글래스고 대학(University of Glasgow)가 주도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첨단 이미징 기술을 활용해 6세기 그리스어 사본인 ‘코덱스 H(Codex H)’에서 사라졌던 42페이지를 복원했다고 밝혔다. 이 필사본은 사도 바울의 서신들을 담고 있으며, 학계에서는 ‘GA 015’로도 알려져 있다.

코덱스 H는 13세기 Mount Athos의 한 수도원에서 해체된 뒤, 양피지 페이지들이 다른 책의 제본 재료로 재사용됐다. 이후 수 세기에 걸쳐 남아 있던 조각들은 유럽 각지의 도서관으로 흩어졌고, 많은 부분은 영구적으로 사라진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다중분광 이미징(multispectral imaging) 기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 기술은 자외선부터 적외선까지 다양한 파장의 빛 아래에서 이미지를 촬영해 희미한 잉크 흔적을 포착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재사용 과정에서 페이지 사이에 전이된 ‘유령 같은’ 잉크 흔적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수 세기 동안 보이지 않았던 본문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글래스고대학교의 개릭 앨런 교수는 “우리는 이 필사본이 한 시점에 다시 덧칠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새 잉크의 화학 성분이 마주 보는 페이지에 오프셋 손상을 일으켜 거울상처럼 텍스트를 남겼고, 최신 이미징 기술로 이를 매우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에는 바울 서신에 대한 가장 오래된 장 목록 가운데 일부도 포함됐다. 이는 오늘날 성경의 장 구분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으며, 필경사들이 본문을 수정하고 주석을 남긴 흔적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지적·경건적 실천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필사본의 상태는 중세 시대 손상되거나 노후화된 성경 사본이 어떻게 재활용됐는지를 보여주며, 성경 기록물이 거쳐 온 역사적 생애 주기에 대한 통찰도 제공했다.

앨런 교수는 “코덱스 H는 기독교 성경 이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증거”라며 “이처럼 많은 양의 새로운 원형 자료를 발견한 것은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필사본의 기원을 확인하기 위해 프랑스 연구진과 협력해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을 실시했으며, 해당 양피지가 실제로 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초기 사본 전자도서관(Early Manuscripts Electronic Library)와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여러 연구 재단의 지원과 함께 현재도 일부 필사본을 보관 중인 수도원의 협조를 받았다.

한편 이번 발견은 최근 예루살렘에서도 성경 시대와 관련된 중요한 유물이 발견된 직후 전해졌다. 고고학자들은 최근 성전산 인근에서 앗수르 비문이 새겨진 2,700년 된 점토 조각을 발굴했다.

이 유물은 지난해 발견된 것으로, 공식 문서를 인증하는 데 사용된 인장의 일부로 추정된다. 해당 발굴은 IAA(Israel Antiquities Authority)와 다윗 성 재단(City of David Foundation)의 협력 아래 배수로 발굴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연구진은 점토의 성분이 티그리스강 유역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식적인 앗수르 서신의 일부로 예루살렘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가이드 요아브 로템은 이 유물이 히스기야 왕 시대의 것으로 보이며, 열왕기하 18장에 기록된 사건과 연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히스기야 왕은 당시 앗수르 제국의 군사적 압박에 직면해 있었다”며 유다와 앗수르 사이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