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퀴어축제, 국가인권위 불참은 ‘당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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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오는 6월 서울에서 있을 퀴어문화축제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내부에서 참여를 위한 준비작업이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난해에 이어 2회 연속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017년부터 2024년까지 매해 서울퀴어축제에 공식 참여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홍보 부스를 운영해 왔다. 국내 성소수자 최대 축제 행사인 서울퀴어축제에 인권위가 공식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가 차원에서 성소수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의미가 실려 있었다.

그랬던 인권위가 지난해부터 공식 불참을 선언하자 진보진영은 보수 성향의 안창호 인권위원장에게 일제히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개인의 성향 때문이라기보다는 인권 문제와 관련해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권위는 지난 2017년부터 9년간 빠짐없이 퀴어축제에 공식 참가하면서 보편적 인권 대신 성 소수자 인권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런 인권위가 중립적인 자세로 변하게 된 건 지난해 퀴어행사와 같은 날 개최된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의 영향이 컸다. ‘거룩한 방파제’ 측의 지원 요청에 어느 한쪽에 참가할 경우 그 쪽에 힘을 실어줬다는 논란을 부를 거란 판단에 따라 양쪽 다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난 거다.

이런 기조가 올해도 유지된다면 이번 퀴어축제에 인권위는 참여하지 않을 거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처럼 인권위 일부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부스를 설치하는 등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이들은 인권위가 중립을 이유로 소극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차별에 대한 대응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며 지난해부터 별도의 부스를 설치해 지원한 바 있다.

퀴어조직위 측은 올해 서울 퀴어축제를 6월 1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퀴어퍼레이드는 13일에 개최한다고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장소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서울 을지로입구역∼종각역 일대에서 진행된 퍼레이드가 주말 도심 교통을 마비시키는 등 부작용이 컸던 탓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올해도 도심에서 이 행사가 진행될 경우 ‘거룩한 방파제 국민대회’ 등 반대집회 참가자들과의 충돌 등 극심한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측면에서 인권위가 퀴어행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면 다행이고, 차제에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줘 온 도심 퀴어퍼레이드도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