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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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가 생애 마지막을 보낸 고난주간을 맞아 주님의 고난과 십자가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해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겪으신 숱한 고난을 생각하며 경건과 절제로 내 신앙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자는 분위기다.

신약성경 4복음서는 예수님이 종려주일부터 부활주일까지 일주일간 있었던 사건에 대해 시간대별로 소상히 기록하고 있다. 예루살렘 입성과 성전 숙청, 감람산 강화, 성만찬, 겟세마네 기도 후 체포돼 빌라도에게 심문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까지 모든 장면이 하나님의 구속사로 귀결된다.

부활주일을 앞둔 한국교회는 예년과 다름없이 특별새벽기도회와 말씀 묵상, 나눔 활동을 이어가며 부활절 준비에 한창이 성경 묵상으로 신앙을 점검하고 한 끼 금식을 실천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운동도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그런데 이런 행사는 특정한 시기를 정해 단기간에 끝낼 게 아니라 크리스천이라면 매일 매일 생활 속에서 실천을 일상화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지금 전 세계가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심각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중동의 에너지 공급망 차질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경제적 한파가 이미 시작됐다. 중동산 에너지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전쟁의 여파가 경제에만 악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 전쟁이 중국과 러시아, 특히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 안보에 비상등이 켜질 걸 대비해야 하는 별도의 과제가 주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 이념과 세대, 지역과 계층 간 갈등 심화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안타까운 건 우리 사회에 화해와 치유 역할을 해야 할 교회마저 분열과 반목에 발이 묶인 채 주체적 책임 기능을 상실해 가는 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호감도는 14.3%로 나타났다. 불교(52.9%)와 천주교(48.5%)는 물론, 원불교(17.9%)보다 낮은 수치라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런 취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뼈를 깎는 자성과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예수 그리스도가 당하신 고난은 우리를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기기 위한 하나님의 인류를 향한 사랑의 확증이다. 그런 주님의 고난을 단지 개인의 욕망을 절제하는 시간으로 소비하는 데서 그쳐선 안 될 것이다. 고난의 의미를 삭제한 채 부활의 영광만 드러내는 예배와 각종 행사도 마찬가지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20-21)는 고백이 매일 매 순간 삶에서 묻어나는 진정한 부활 절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