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섭리 이해하기(창세기 2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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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규 목사(대림다문화센터 대표, 연합교회 담임)

이선규 목사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는 결혼

이삭의 혈통은 메시아의 계보로 이어질 것이므로 순결하게 보존되어야 했다. 이에 아브라함은 충직한 종에게 아들의 결혼을 맡기며 맹세하게 했다(2, 3, 9절). 또한 이삭을 그곳으로 데려가지 말 것을 엄숙히 당부했다. 이는 하나님의 약속을 신뢰하며 그 뜻을 따라 행동하려는 믿음의 표현이었다.

이 종은 그리스도의 모형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는 그리스도의 신부를 준비하는 성령의 사역을 상징하는 존재로 볼 수 있으며, 동시에 신부를 위해 헌신하는 전도자의 전형으로도 해석된다.

이는 전도자뿐 아니라 모든 성도가 그리스도의 신부를 위해 헌신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스도의 신부는 육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 영에 속한 존재임을 일깨워 주며, 세상 속에서도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야 함을 교훈한다.

◈엘리에셀에게서 배우는 겸손과 신앙

사람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이들에게는 아브라함의 종을 통해 배울 점이 많다. 엘리에셀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겸손을 발견하게 된다.

겸손의 미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가 진정으로 겸손할 때 비로소 감사할 수 있고, 타인을 배려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이며, 가장 중요한 단어는 “우리”이고, 가장 덜 중요한 말은 “나”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스도께서도 사마리아 여인에게 겸손히 물을 달라고 요청하심으로 그녀의 마음을 여셨다.

성경에는 아브라함, 다윗, 모세, 다니엘, 엘리야와 같은 구약의 인물들과 베드로, 바울, 요한과 같은 신약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 뒤에서 묵묵히 섬긴 인물들 역시 중요하다.

엘리에셀은 배후에서 역사한 겸손한 인물이었다. 그는 사소한 일에도 진실하게 기도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던 사람으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깊은 교훈을 준다.

◈사소한 일까지 인도하시는 하나님

하나님은 사소한 일에도 섭리하시는 분이시다. 사랑하는 아내 사라를 떠나보낸 아브라함은 신뢰하던 종에게 고향으로 가서 이삭의 아내를 택하라고 명했다. 그는 낙타 열 필과 귀한 재물을 맡겼다.

고대 중동의 풍습에 따르면 신부를 구할 때 예물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그 가치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기도 했다. 낙타 열 필은 아브라함의 소유 가운데서도 매우 귀한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엘리에셀은 “만일 여자가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이는 하나님께서 모든 일을 섭리하시고 인도하신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을 전능하시고 우주를 다스리시는 분으로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작은 일까지도 섭리하시는 하나님을 믿는 이는 많지 않다.

하나님은 공중의 새를 먹이시고 들의 백합화를 기르시는 분이며, 참새 한 마리의 생명까지도 그의 손 안에 있다. 이 세상에는 우연한 일이 없다.

◈하나님이 이루시는 부부의 만남

부부의 만남 역시 하나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진다(마태복음 19:3-9). 성경은 둘이 하나가 된다고 말한다. 부부는 하나님께서 짝지어 주신 관계이며, 단순한 인간적 결합을 넘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동반자 관계이다.

부부는 어느 한쪽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루신 작은 공동체로서, 가정과 자녀 양육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협력과 조화를 이루는 관계이다.

이삭은 배우자를 찾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 있으나, 동시에 하나님의 뜻에 맡기고 순종하는 자세로도 이해할 수 있다.

엘리에셀은 아브라함의 종이었으며 충성된 사람이었다. 그는 신뢰받을 만한 인물이었기에 아브라함은 그에게 아들의 배우자를 찾는 중요한 사명을 맡겼다.

자신의 사명을 아는 사람은 나이에 관계없이 힘이 있다. 그러나 사명감이 없는 사람은 젊어도 쉽게 지치고 육체의 욕망에 끌려 살기 쉽다.

세상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이 종은 자신의 사명을 더 우선시했다. 그의 사명은 주인의 뜻을 이루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모든 것을 감당했다.

사도 바울 역시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한다”(사도행전 20:24)라고 고백했다.

사람이 하나님께 받은 사명을 잃어버리면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순종과 감사로 완성되는 삶

엘리에셀은 주인의 뜻에 순종했다. 그는 리브가의 가족에게 모든 과정을 설명하며 이것이 하나님께서 이루신 일임을 고백했다. 지나온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인정하며 감사와 찬송을 드렸다.

그는 하나님께 기도하며 모든 일을 하나님의 뜻으로 돌렸다.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삶은 하나님의 인도와 보호를 경험하게 한다. 성도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알고 살아갈 때 하나님 나라의 삶을 누리게 된다.

“범사에 하나님을 인정하라”는 말씀은 선택권을 하나님께 맡기라는 의미이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면 자연스럽게 감사와 찬송이 흘러나온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따르기로 결단하고 하나님을 앞세워 나아가야 한다.

엘리에셀은 리브가의 가족이 며칠 더 머물기를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즉시 아브라함에게 돌아갔다. 이는 그의 충성과 사명 의식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수고하고 충성하는 자에게 하나님께서 복을 주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엘리에셀은 사명을 완수할 때까지 충성과 헌신을 멈추지 않았다. 이삭이 들에서 리브가를 맞이한 것처럼, 주님께서도 세상 끝날에 충성된 종들을 맞이하실 것이다. 이는 충성된 이들에게 주어진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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