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인권 문제, 정치적 흥정 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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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가 24년 연속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 우리나라도 50개국과 함께 ‘공동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염두에 두고 불참을 고민하던 정부가 막판에 합류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은 지난 3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회의에서 투표 없이 합의로 채택됐다. 당초 결의안 초안에 각국 정부가 자국 기업이 북한 노동자 인권 침해 여부를 자체 조사하도록 하는 등의 대북 압박 조항들이 다수 있었으나 최종 단계에서 완화된 것이 우리 정부가 참여하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사실 우리 정부는 초기 공동제안국 명단 마감 직전까지 이름을 올리지 않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그 과정에 외교부와 통일부 간에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고 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 실사’ 등 핵심 압박 조항이 중국 등의 반발로 최종안 막판에 수정되면서 찬반으로 팽팽히 맞서던 기류가 참여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기운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내용이면 남북관계에 크게 해가 되지 않으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 표명이 됐다는 판단이 선 걸 거다.

인권결의안에는 북한의 지난 2024년 1월 이른바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이 이산가족을 포함한 인권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북한 강제노동이 일부 사례에서 국제법상 반인도 범죄인 ‘노예화’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과 기존의 ‘표현의 자유 침해’ 지적에 더해 확장된 디지털 감시를 통한 인권 침해가 있는 점에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대화, 관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북한 주민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뒤늦게나마 참여한 건 다행이다. 만일 북한 눈치 살피며 끝내 불참했더라면 국제사회 앞에서 ‘인권’이란 단어를 꺼내지 못하는 신세가 됐을 거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다 해소된 건 아니다. 정부 내에 북한을 대놓고 추종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한 건건히 발목을 잡으려 들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이 아무리 중요해도 북한 주민이 당하는 인권 침해 문제를 남북 간에 정치적 흥정거리로 삼아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