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들어 첫 ‘포괄적 차별금지법안’ 발의자로 기록된 진보당 손솔 의원이 이번엔 사실상 무제한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손 의원 등 여권 의원 10인이 지난 9일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임신 주수 제한을 없애고 약물 낙태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최악의 낙태법안 이란 지적이 나왔다.
손 의원을 비롯해 진보당 전종덕, 윤종오, 정혜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 남인순, 전진숙, 이주희, 이수진 의원, 그리고 기본소득당 소속 용혜인 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임신 주수 제한 삭제 △약물 낙태 제도화 △16세 이상 미성년자의 부모 동의 없는 임신중절 허용이 핵심이다. 사실상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다.
낙태를 무제한 허용하도록 한 이 법안의 유일한 근거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다. 여성의 몸 안에 있는 생명이니 그 생명을 살릴지 죽일지 여성에게 전적으로 결정권을 주자는 거다.
문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내세우면서 태아의 생명권은 완전히 삭제해 버린 점이다. 태아는 여성의 몸 안에서 잉태하지만 그렇다고 소유물은 아니다. 그런 고귀한 생명을 내 소유물이니 맘대로 폐기처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이들이 낸 법안의 취지와 다르지 않다.
여성이 임신을 지속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럴 경우 ‘모자보건법’에 의해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들이 발의한 법안은 아무 때나 마음만 먹으면 몸 안의 생명을 마음대로 죽여도 된다는 거나 별 차이가 없어 충격적이다.
제22대 국회 들어 여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발의한 이런 낙태 법안이 벌써 네 번째다. 문구와 표현상의 차이가 있을 뿐 임신 주수 제한 삭제, 약물 낙태 허용, 미성년자 단독 임신중절 허용 등 핵심 구조가 유사하다. 다만 손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은 낙태를 지원하는 중앙상담기관 등을 설치하고, 그 운영비를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도록 낙태 지원 체계 제도화 시도라는 점에서 더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최근 임신 36주 만삭 상태의 낙태 사건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모든 인간은 헌법적 보호의 대상이며, 모체에서 태어난 생명은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되어야 한다’며 ‘태어난 이상 누구에게도 그 생명을 침해할 권한은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임신 말기 단계에서 행해지는 낙태가 인간 생명을 침해하는 중대한 죄임을 못 박은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낙태로 죽어가는 태아 수가 연간 약 5500만 명에서 7000만 명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낙태 빈도수에서 최상위권인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5600여명, 시간당 230여 태아가 뱃속에서 살해되는 실정이다. 한해에 출생하는 아기수의 1.5배 이상이 뱃속에서 죽어 가는 거로 부족해 더 많은 태아를 마음대로 죽이라고 아예 ‘살인 면허’를 주려는 게 우리 국회의 참담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