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제종교자유위원회 “파키스탄 특별우려국 재지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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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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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가 파키스탄의 종교 자유 침해가 심각하다며 정부에 파키스탄을 ‘특별우려국’(CPC)으로 재지정할 것을 촉구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USCIRF는 최근 발표한 2026년 연례보고서에서 2025년 한 해 동안 파키스탄의 종교 자유 상황이 계속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신성모독법의 지속적 적용, 종교 소수자에 대한 군중 폭력, 특히 기독교와 힌두교 공동체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 개종과 강제 결혼 사례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3월 4일 공개됐다.

위원회는 미국 국무부가 국제종교자유법(International Religious Freedom Act, IRFA)에 따라 파키스탄을 CPC로 재지정하는 것은 물론, 현재 적용 중인 제재 면제 조치도 해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종교 자유 침해에 책임이 있는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와 기관에 대해 자산 동결과 비자 제한 등 표적 제재를 부과할 것도 촉구했다.

USCIRF 의장인 비키 하츨러(Vicky Hartzler)는 “중국에서는 지하교회 신자들이 체포되고 있으며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군중 폭력이 증가해 종교 소수자에 대한 공격과 주택 파괴가 발생하고 있다”며 “미얀마 군부는 예배당을 폭격하고, 타지키스탄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신앙을 가르칠 권리마저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국가에서 부당한 법과 차별, 괴롭힘, 폭력, 심지어 반인도적 범죄까지 통해 종교 자유가 부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의장 아시프 마흐무드(Asif Mahmood) 역시 전 세계적으로 정부의 억압과 비국가 행위자들의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종교 자유 상황에 대한 감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 자유는 모든 사람에게 보장돼야 할 보편적 인권”이라며 “세계 곳곳에서 종교 공동체가 공격받고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2023년 12월 29일 발표한 CPC 지정에서 파키스탄을 비롯해 중국, 이란, 북한, 러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등과 함께 종교 자유 침해 국가로 분류한 바 있다.

신성모독법 남용 지속

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은 2025년에도 종교 박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법은 무슬림뿐 아니라 기독교인, 힌두교도, 아마디야 공동체 등 종교 소수자에게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2025년 1월에는 소셜미디어에 ‘신성모독적’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4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다. 같은 달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기독교인 파르한 마시(Farhan Masih)도 신성모독 및 테러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보복 우려로 고향 마을로 돌아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2019년 사형 선고를 받은 무슬림 대학 강사 주나이드 하피즈(Junaid Hafeez) 사건 역시 항소 심리가 지연되고 있다. 그는 2014년 체포된 이후 현재까지 독방에 수감된 상태다.

종교 소수자 대상 폭력과 강제 개종

보고서는 종교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군중 공격과 자경단식 폭력이 2025년 한 해 동안 더욱 심화돼 “공포와 불관용의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2025년 3월 한 무슬림 노동자는 기독교 동료인 와카스 마시(Waqas Masih)가 ‘부정한 손’으로 이슬람 교과서를 만졌다고 비난하며 그의 목을 베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며칠 뒤에는 힌두교도 나딤 나타(Nadeem Naath)가 이슬람 개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총격을 받아 숨졌다.

또한 소수 종교 공동체의 미성년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 개종과 강제 결혼 사례도 계속 보고됐다. 2025년 2월에는 12세 기독교 소녀가 납치된 뒤 이슬람으로 개종되고 35세 남성과 결혼한 사건이 신드 주(Sindh Province)에서 발생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15세 힌두교 소녀 샤닐라(Shahneela)가 자택에서 납치돼 강제로 개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아마디야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제약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법은 아마디야를 비무슬림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2025년에도 기도 행위를 이유로 체포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2025년 2월에는 이슬람 정치단체 Tehreek-e-Labbaik Pakistan(TLP) 지지자들이 시알코트(Sialkot)에 있는 아마디야 모스크의 첨탑을 철거했으며, 경찰은 이를 저지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다음 달에는 금요예배를 드렸다는 이유로 아마디야 신자 수십 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또한 4월에는 TLP 군중이 아마디야 모스크를 습격해 신자들의 예배를 막으려다 아마디야 신자인 리크 치마(Laeeq Cheema)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도 발생했다.

제도 개선 촉구

USCIRF는 파키스탄을 CPC로 재지정하는 것 외에도 미국 정부가 IRFA에 따라 파키스탄과 구속력 있는 협정을 체결해 종교 자유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위원회는 “신성모독 혐의로 수감된 사람들을 석방하고 신성모독법과 반(反)아마디야 법을 폐지하며, 군중 폭력과 강제 개종 등 종교적 동기에 의한 범죄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 의회가 미·파키스탄 관계를 감독하는 과정에서 종교 자유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종교적 신념 때문에 구금된 수감자들의 석방을 촉구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가 발표한 2026년 세계 기독교 박해 국가 순위인 월드 워치 리스트(World Watch List)에서 파키스탄은 8위를 기록했다. 인구의 96% 이상이 무슬림인 파키스탄에서 기독교인을 포함한 종교 소수자들은 여전히 폭력과 차별, 논란이 많은 법률에 따른 기소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