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는 종교를 보호하는 방패이지, 통제하는 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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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취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와이)
연취현 변호사

1. (최혁진 의원 대표발의) 민법개정안의 위험성: 정교분리 원칙의 본질적 전도

헌법 제20조 제2항이 선언하는 정교분리 원칙의 본질은 국가가 종교에 중립을 지키고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종교적 자유를 두텁게 보장하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정교분리원칙은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어 상호간의 간섭이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국가의 종교에 대한 중립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였으며,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은 종교의 자유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하여도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22. 11. 24. 선고 2019헌마941 결정).

헌법 제20조 제2항이 선언하는 정교분리 원칙의 본질은 국가가 종교에 중립을 지키고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종교적 자유를 두텁게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민법 개정안은 이 원칙을 오히려 '국가가 종교단체의 활동을 심판하고 제재하는 근거 규범'으로 변질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교분리는 종교를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거나 억제하기 위한 규칙이 아니라, 종교의 자유로운 존재와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적 토대여야 합니다.

2. 역사적 교훈: 왜곡된 정교분리는 늘 탄압의 수단이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정교분리는 종종 권력자들에 의해 종교세력의 비판적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한 '지배 이데올로기'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항일 독립운동을 막기 위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민주화 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교회는 정치에 관여하지 말고 침묵하라"는 왜곡된 정교분리 논리가 강요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이 '정치활동 개입'을 이유로 법인 취소를 명시한 것은, 과거의 인권 침해적 역사를 법률적 수단으로 부활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3. 종교의 사회적 책임과 정치적 표현은 헌법적 권리다

학계와 판례는 정교분리가 종교인의 정치 참여나 사회적 발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이 일반적 견해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정교분리가 종교의 공적 발언을 금지하는 침묵 규범이 아니라, 종교가 국가권력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원칙으로 작동해왔습니다. 종교는 단순한 내면적 신념에 머물지 않고 교육, 의료, 복지 등 세속적 영역에서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이에 대한 책임과 자율성을 발휘할 권리가 있습니다. 종교단체가 신앙에 기초하여 사회적·윤리적 사안에 대해 조직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을 '정교분리 위반'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동시에 정면 위반하는 것입니다.

4. 행정 권력에 의한 '종교 심판'은 헌법 질서의 파괴다

특히 이번 개정안의 큰 문제점은 고도의 헌법적 판단이 필요한 '정교분리 위반 여부'를 행정부 산하 주무관청이 1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는 정교분리 사안에 대해서는 국가 행위의 목적과 효과를 따지며 극도로 신중하게 접근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민법개정안은 이러한 헌법적 판단을 행정부의 재량에 맡기는 구조로 설계하고 있는 바, 국가가 종교의 중립적 보호자가 아니라 '심판자'로 군림하게 하여, 정교분리 원칙이 의도했던 국가 권력에 대한 자기절제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우려가 매우 높다고 할 것입니다.

5. 결론: 교회의 재산권과 자율성을 지켜내야 한다

개정안은 정교분리 위반을 근거로 법인의 잔여재산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강력한 제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 권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종교단체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법인격을 박탈하고 그 자산까지 몰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비영리법인의 범죄 행위나 법인격 남용은 분명 엄정하게 규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규제 방식이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방향이어서는 안 됩니다. 정교분리는 국가가 종교를 관리·해산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국가 권력으로부터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헌법적 방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천명해야 합니다. 정교분리는 종교를 겨누는 칼이 아니라, 국가 권력으로부터 종교를 지키기 위한 헌법적 방패입니다. 이번 민법 개정안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종교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시도이므로, 한국 교회는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책임 있는 공적 논의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연취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