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스 의회, 조력자살 법안 지지 표결… 반대 단체 “취약계층에 재앙”

©pixabay

영국 웨일스 의회가 웨스트민스터의 조력자살 법안을 지지하는 표결을 통과시키자 반대 단체들이 실망을 표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24일(이하 현지시간) 웨일스 의회(Senedd)는 킴 리드비터 의원이 발의한 ‘말기 성인(임종) 법안’에 대한 입법 동의안(Legislative Consent Motion)을 근소한 차이로 가결했다. 해당 법안은 현재 영국 상원에서 심의 중이다.

표결 결과는 찬성 28표, 반대 23표였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이 향후 웨스트민스터 의회를 최종 통과할 경우, 조력자살이 웨일스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시행될 수 있게 된다.

조력자살에 반대하는 연합체 케어 낫 킬링(Care Not Killing, 이하 CNK)은 성명을 통해 의회의 이번 결정을 “위험한 동의안 지지”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CNK 최고경영자 고든 맥도널드 박사는 “영국에서 조력자살이나 안락사를 합법화할 경우 말기 환자, 장애인, 임상적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을 겪는 이들에게 삶을 조기에 끝내야 한다는 실제적 또는 인식상의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력자살이 합법화된 오리건주의 사례를 언급하며, 많은 선택이 가족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우려한 결과라는 연구가 있다고 지적했다.

맥도널드 박사는 또 현재 법안 초안이 섭식장애나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과 같은 질환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고통받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필요하지, 생을 끝내도록 돕는 장치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완화의료 확대와 가족 지원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앞서 영국 하원은 지난해 6월 해당 법안을 찬성 다수로 통과시켰으나, 법률 제정을 위해서는 상원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상원에서는 다수 의원이 반대 의견을 밝히며 강도 높은 검토가 이어지고 있으며, 대규모 수정안 제출로 인해 이번 회기 내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독교 시민단체 케어(CARE)의 대표 로스 헨드리는 이번 표결에 대해 “회복 불가능한 결함이 있는 법안”이라며 실망을 표했다. 그는 “웨일스 의회가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원칙적으로 조력자살에 반대했었다”며 “웨일스 국민의 위임 없이 웨스트민스터 법안이 조력자살을 강요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헨드리는 또 웨일스 내 완화의료, 사회복지, 장애 지원의 공백을 지적하며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절망감 때문에 생을 마감하도록 내몰릴 수 있다”며 “조력자살은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안의 안전장치로는 이러한 위협을 막을 수 없다”며 조력자살 반대 논거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