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영화계와 교계 안팎에서 영화 〈신의악단〉(김형협 감독)에 대한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2025년 12월 31일 개봉한 이 영화는 새해를 맞이하며 현재 관객 수 113만 명을 돌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단순히 상업적 재미를 넘어, 이 영화가 이토록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북한 체제의 비극적인 실상과 그 이면에 숨겨진 신앙의 절개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이 영화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현주소와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 가지 측면에서 고찰해보고자 한다.
발본색원의 탄압 속에서도 싹트는 ‘겨자씨’의 생명력
영화의 줄거리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다. 대북 제재로 극심한 외화난에 봉착한 북한 당국은 “북한 땅에 교회가 세워지고 예배가 드려지면 2억 달러를 후원하겠다”는 한 외국 NGO의 제안을 수락한다. 오직 돈을 목적으로 조직된 가짜 찬양단 ‘신의 악단’. 이 기상천외한 사기극의 중심에는 기독교인을 잡아 처단하던 보위부 장교 박교순 소좌(한국군 소령급)와 김태성 대위가 싱어로 투입된다. 찬양 연습을 거듭하며 이들의 내면에는 예상치 못한 균열과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 영화는 북한이라는 철저한 통제 사회 속에서도 기독교의 씨앗이 결코 사멸하지 않았음을 웅변한다. 실제로 국제 선교 단체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 내 지하교인 수는 약 20만에서 4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약 3만에서 7만 명은 신앙을 지키려다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어 고초를 겪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 박교순이 어린 시절, 어머니가 성경을 보았다는 사실을 일기에 기록했다가 어머니가 처형당하는 비극적 장면은 허구가 아닌 북한의 잔혹한 현실이다. 2~3명의 소수가 목숨을 걸고 드리는 은밀한 예배는, 인간의 권력을 넘어서는 절대자를 향한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체제 유지를 위한 ‘거짓말 국가’와 인간 소모품화
영화는 북한 체제가 선전하는 가치와 실제 모습 사이의 극심한 괴리를 고발한다. 북한 사회주의헌법 제68조는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세상에 부럼 없어라"라는 노래를 통해 인민의 낙원을 자처한다. 그러나 영화 속 카메라는 체제 수호를 위해 인간을 소모품처럼 부리다 버리는 비인간적인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다.
국가 권력이 외화를 벌기 위해 조직적으로 찬양단을 조작하고, 목적을 달성한 뒤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만으로 단원 전체를 몰살하려 하는 모습은 북한이 ‘거짓말 국가’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의 평등과 주체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인민들을 굶주림과 공포 속에 가두어 둔 채 소수의 권력 유지를 위해 모든 가치를 희생시키는 북한의 모순은 오늘날 우리가 직시해야 할 인권의 사각지대다. 영화의 마지막, 박교순 소좌가 “하나님, 제가 잘한 거 맞지요?”라는 마지막 질문을 던지며 총살당하는 장면은 이 거짓된 체제에 저항하는 인간 존엄의 마지막 외침과도 같다.
한국교회의 ‘순진한 관점’에 대한 뼈아픈 경종
이 영화는 한국교회의 대북관에 심대한 과제를 던진다. 영화 속 외국 NGO 단체는 북한의 교묘한 속임수를 파악하지 못한 채 “예배만 드려지면 지원하겠다”는 순진한 약속을 한다. 의도는 선했을지 모르나, 그 결과는 찬양단 단원들과 두 명의 장교를 사지로 몰아넣는 비극으로 귀결되었다. 이는 그간 한국 교회가 보여준 대북 지원 방식에 대한 뼈아픈 은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동안 ‘동족’이라는 이름 아래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수많은 물품과 자금을 북한에 보냈다. 그러나 그 지원이 실제 굶주리는 주민들에게 전달되었는지, 혹은 독재 정권의 핵무기 개발이나 체제 강화에 악용되었는지에 대한 점검은 부족했다. 영화는 우리에게 경고한다. 북한의 세습 독재 체제가 온존하는 한, 진정한 인권 개선이나 주민의 해방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감상적인 민족주의나 순진한 접근 방식은 오히려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제 한국 교회는 북한 주민을 실질적으로 해방시키고 그들에게 복음의 자유를 전할 수 있는 ‘뱀 같은 지혜와 비둘기 같은 순결함’을 갖추어야 한다.
다시 복음으로, 그리고 자유로
영화 〈신의악단〉은 스크린 너머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압록강과 두만강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비극이다. 한국교회는 이제 영화가 남긴 여운을 넘어 구체적인 결단에 나서야 한다. 북한의 실체를 정확히 보고, 억눌린 자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박교순 소좌의 마지막 기도가 우리 시대 한국교회의 기도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 우리가 저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잘하는 것입니까?”라는 물음 앞에, 한국교회가 이제는 정직하고 용기 있게 답해야 할 차례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