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확정판결을 해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이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법원이 정면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헌법상 ‘3심제’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천만한 시도란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1일 법사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이 개정안은 법원의 확정판결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거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경우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소위 위원장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재판소원은 오랫동안 학계에서 논의됐고 헌법재판소에서도 입법을 요청해 온 사안”이라며 “확정 판결이라도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거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경우 헌재에서 다시 판단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헌법 제101조를 근거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헌법은 사법권을 법원에 속하도록 하고,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해 재판의 최종심을 대법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재판소원은 헌법 체계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이날 법안소위에 참석한 법원행정처 차장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3심을 거친 패소 당사자에게 새로운 불복 기회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4심의 실질을 갖는다”며 “불필요한 재판의 반복과 지연, 헌재의 심판 부담 가중”을 지적했다.법조계는 만일 ‘재판소원’이 입법돼 ‘4심제’가 도입되면 최종 권리구제까지 최소 2∼3년이 더 걸리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소송 장기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 뿐 아니라 결국 개인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는 거다. 소송이 경제적 강자의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사법 체계의 근본적인 변질일 것이다. ‘4심제’는 대법원 판결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위에 헌재가 다시 판결하도록 한 것으로 사실상 대법원 위에 헌재를 군림하게 만드는 제도다. 필요하다면 헌법을 개정해야지 단순히 법 개정으로 추진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사법 신뢰의 회복은 법원의 독립성 확보가 전제돼야지 재판을 한번 더하는 ‘4심제’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대법원에 이어 헌재 판결까지 불복하면 그땐 5심제로 갈 건가. 거대 여당은 헌법 질서를 뒤흔드는 일을 ‘사법 개혁’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국민을 소송의 늪과 법적 혼란에 빠뜨리는 ‘가짜’ 개혁 시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