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성공회가 수년간 이어온 독립적인 동성 커플 축복 예배를 교회 내에서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최근 열린 총회에서 ‘사랑과 신앙 안에서의 삶(Living in Love and Faith, 이하 LLF)’ 과정을 오는 7월 공식 종료하기로 한 동의안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됐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 보도에 따르면 LLF는 성 정체성, 성적 지향, 관계, 결혼에 관한 질문을 교회 전역에서 경청하고 분별하는 과정으로 지난 2020년 11월 영국성공회에 도입됐다. 그 후 2023년 2월 총회에서 정기 예배 중 동성 축복을 허용하기로 결의하면서 12월부터 모든 성공회 예배시 공식 사용해 왔다.
그런 동성 커플 축복식을 결국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서 영국 성공회 내의 고민이 깊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2일 개최된 영국 성공회 총회에서 이 종료 동의안에 대해 주교회의는 찬성 34명, 반대 0명, 성직자는 찬성 109명, 반대 62명, 기권 10명, 평신도는 찬성 109명, 반대 70명, 기권 9명으로 집계됐다.
주교회의에서 반대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건 특별한 의미로 해석된다. 주교회의는 당초 독립적인 동성 축복 예배 도입을 검토했으나, 법적·신학적 자문을 한 결과 교리적 완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의회와 교회법적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거다.
영국성공회의 독립적인 동성 축복 예배 도입은 그동안 교단 내 복음주의 진영에 강한 반발에 부딪혀 왔다. CT가 공개한 이 기도문엔 “하나님께서 동성 커플들이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항상 기뻐하고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거룩함과 소망의 길을 따를 수 있는 은총을 채워 주시기를 간구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기도문은 영국 성공회의 기본 교리와 배치돼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성공회의 공식 결혼 교리가 ‘남성과 여성 간의 평생 결합’으로 정의돼 있기 때문이다. 이 기도문이 동성 커플을 위한 독립적인 예배모범이라 하더라도 이는 명백히 교리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총회는 “LLF 종료 이후에도 대화는 계속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교단 내 동성애 이슈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란 뜻이다. 이번 총회 결의가 동성 커플 축복에서 시작된 영국 성공회의 분란을 멈추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더 큰 분열로 이어지게 될지는 교단이 성경을 따를지, 아니면 시류를 쫒을지에 달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