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지로 공경하는 베들레헴의 동굴이 약 600년 만에 처음으로 복원 공사에 들어간다. 이번 사업은 신앙의 뿌리와 연결된 성지를 보존하기 위한 공동 협력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예루살렘 그리스정교 총대주교청과 성지관리수도회는 지난 1월 23일(이하 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예수 탄생 동굴(Grotto of the Nativity) 복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사업에는 아르메니아 사도 정교회 총대주교청도 참여하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실의 후원 아래 진행된다.
복원 공사는 예수 탄생 대성당을 복원한 바 있는 이탈리아 전문 업체가 맡는다. 예수의 탄생지로 널리 알려진 이 동굴에는 흰 대리석 바닥에 둘러싸인 14각의 대형 은별이 설치돼 있어 탄생 지점을 표시하고 있다.
공동 성명은 “이번 프로젝트는 거룩한 동굴의 영적·역사적·문화적 유산을 미래 세대에 보존하고, 기독교 신앙이 역사 속에 드러난 장소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교회들의 연합된 의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이곳은 성육신의 신비가 역사 속으로 들어온 자리이며, 기독교 신앙 고백이 지상에서 시작된 장소”라며 “이 성지를 복원하는 일은 믿음과 기억, 헌신의 연속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복원 작업은 성지의 상징성과 예술적 가치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기존 공법과 장인 정신, 예술적 감수성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또한 동굴뿐 아니라 인접 구역에 대한 기술적 보강 작업도 함께 이뤄져 성소 전체의 건축적 통일성과 공동 관리 정신을 반영하게 된다.
성명은 “이번 공동 노력을 통해 예루살렘 교회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복음의 유산을 보호하고, 모든 전통의 신자들이 계속해서 경건한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탄생지를 경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베들레헴에서 비치는 성탄의 빛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를 비추며 성지에 지속되는 기독교의 존재와 소망을 증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원 사업의 공식 계획은 202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무드 아바스 대통령의 승인령 이후 본격화됐다. 아바스 대통령은 2025년 11월 로마 방문 당시 교황 레오 14세와의 면담 및 ‘베들레헴 리본(Bethlehem Reborn)’ 전시회 개막식에서 해당 프로젝트를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사업은 현지 노동자 가정의 생계를 지원하고 베들레헴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베들레헴은 코로나19 팬데믹과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관광과 종교 순례가 크게 감소해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관광과 종교 순례는 베들레헴 경제의 핵심 기반으로, 최근 수개월 사이 아시아와 남미, 동유럽 등지의 기독교 순례자들이 점진적으로 다시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열린 베들레헴 성탄 트리 점등식에는 기독교인과 이슬람교인을 포함해 수천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