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란 시위 격화, 영원한 권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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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연일 격화되면서 인명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이란 군경이 반정부 시위대를 마치 처형하듯이 근접 사격해 사망자가 최소 1만2000명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 나오는 가운데 유혈사태가 심각한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단체 HRANA는 11일까지 사망자가 총 544명이라고 발표했다. 이중 18세 미만의 청소년과 아동 8명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 당국이 피해 규모를 은폐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실제 희생자 수는 이 단체가 집계한 수치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지난 12월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 중심이 그랜드 바자에서 시작됐다. 처음엔 경제 파탄에 따른 민생고 해결을 요구하는 수준이었으나 강경 진압이 시작되면서 성난 민심의 불길이 정권 퇴진으로 옮겨붙어 불과 보름 만에 전국 31개 주로 번졌다.

경제난을 촉발된 시위가 전국적인 정권 퇴진 시위로 번지게 된 건 당국의 무차별적인 진압이 가장 큰 원인이다. 민심을 달래기보다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은 누구든 사형에 처하겠다고 엄포 놓으며 시위대를 향해 실제 총격을 가한 게 발단이다. 여론을 통제하려고 인터넷과 국제전화를 차단한 것도 악재가 됐다.

정권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상인들마저 등을 돌리면서, 시위의 양상은 하메이니 정권을 위협하는 사태로 확산일로에 있다. 시위대가 이슬람 혁명으로 축출된 레자 팔레비 왕세자의 귀환까지 외치고 있다는 건 정권 퇴진 때까지 시위를 멈출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변수는 미국의 개입 여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할 경우 개입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이후 미국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에 이어 이란 사태에 곧 군사개입을 할 것이란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반정부 시위의 표적이 된 하메이니는 라흐바르(최고지도자)로 대통령 임명권을 가질 정도로 막대한 권력을 휘둘러온 인물이다. 그는 반정부 성향의 수많은 언론인과 학생 인권단체 회원들을 무차별적으로 투옥 고문해 국제사회가 북한 김정은과 함께 최악의 독재자로 꼽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란 사태가 어디로 흘러갈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무고한 희생자가 더는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이니가 아무리 무소불위 권력자라도 이번 사태를 극복하고 그 권좌를 지키긴 쉽지 않을 것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이 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라는 말처럼 영원한 권력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