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 ‘강북권’ 거래 꿈틀… 토지거래허가제 뚫고 실수요자 집결

노원·성북 등 서울 외곽 중저가 단지 거래 급증… 전세난·대출 규제 피해 ‘내 집 마련’ 행렬
서울 남산에서 보이는 성동구와 광진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3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이 지역별로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이는 선별적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강력한 규제 영향으로 강남권을 비롯한 전통적인 인기 지역의 거래는 얼어붙은 반면, 노원과 성북 등 강북권 외곽 지역에서는 오히려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는 솟구치는 전셋값과 대출 규제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토지거래 허가의 번거로움을 무릅쓰고서라도 비교적 저렴한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은 현장 곳곳에서 포착된다. 경기 구리시에 아파트를 보유했던 박 씨는 최근 서울 성북구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 구청에 토지거래 허가를 신청했다. 직장 문제로 서울에서 전세 살이를 하던 박 씨는 전세보증금이 순식간에 2억 원 넘게 오르자 더 이상 대출로 전세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결국 살고 있던 전셋집을 나와 구리 집을 처분하고, 가용한 대출을 모두 끌어모아 서울에 평생 거주할 내 집을 마련하기로 결심했다. 박 씨는 요구하는 증빙서류가 많아 정부에 괴롭힘을 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털어놨다.

데이터로 본 서울 아파트 시장의 흐름도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한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약 40일간 서울 내 토지거래 허가 건수는 5,937건을 기록했다. 이는 규제 효력이 막 발생했던 초기 40일간의 기록인 5,252건과 비교해 약 13%가량 증가한 수치다. 규제 초기 일시적으로 위축됐던 매수 심리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조금씩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강남권 거래 ‘반토막’ 날 때 노원은 ‘두 배’ 급증… 규제가 바꾼 부동산 지도

주목할 점은 자치구별 거래 온도 차가 극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대표적인 중저가 단지 밀집 지역인 노원구의 경우, 초기 284건이었던 허가 건수가 최근 615건으로 116.5% 급증하며 서울 내에서 가장 가파른 회복세를 기록했다. 이어 영등포구가 133.8% 늘어났고 구로구(77.3%), 은평구(54.2%), 성북구(51.4%) 등 주로 서울 외곽이나 강북 지역의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고 실거주 수요가 탄탄한 곳들이다.

반면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이른바 ‘상급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송파구는 거래량이 46.9% 줄어들며 반토막이 났고, 강남구(-51.9%)와 서초구(-54.7%), 용산구(-54.8%) 역시 거래가 급감했다.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실거주 의무와 갭투자 차단은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상급지에 더 큰 타격을 줬다. 여기에 강력한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고가 단지에 대한 매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강북 외곽 지역으로 매수세가 쏠리는 배경에는 대출 한도의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LTV 한도까지 40%로 줄어들자 대출 가능 금액이 매수 결정의 핵심 변수가 됐다. 특히 한강변 주요 지역의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이 15억 원을 상회하면서 대출 절벽에 부딪힌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10억 원 미만의 중저가 단지로 눈을 돌린 것이다. 노원구나 성북구, 은평구의 경우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이 여전히 6억 원에서 8억 원 선에 형성되어 있어 실수요자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줄어드는 전세 매물과 치솟는 전셋값… ‘차라리 사자’ 실수요자의 결단

전세 시장의 불안도 매수 전환을 부추기는 강력한 요인이다. 10·15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통계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대책 시행 당시에 비해 8.2%가량 줄어든 상태다. 매물은 귀해지는데 전세 가격은 매주 상승폭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고 있어,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이번 기회에 집을 사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토지거래 허가 절차의 까다로움도 내 집 마련을 향한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규제 지역 내 아파트 매수 시 실거주 목적임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대폭 늘어났고 허가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2주 내외로 길어졌지만, 전세 연장의 불확실성보다는 매수 절차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전세대출에도 DSR 규제가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추가 대출이 막힌 점이 결정타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별적 거래 회복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 도입 초기에는 관망세가 짙었지만 실거주 기반이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생활 환경이 우수하고 거주 수요가 꾸준한 지역에서는 정책 환경의 변화에 맞춰 실수요자들이 영리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규제 사각지대 혹은 상대적으로 대출 문턱이 낮은 외곽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역별로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는 국면에 완전히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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