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CCK 미국 규탄성명에 가려진 이면

오피니언·칼럼
사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최근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을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제사회가 오랜 시간 지켜 온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흔들었다”며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의 일상은 군사 작전의 대상이 됐고 시민들과 민간인들이 감당해야 할 불안과 고통은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무력과 외부의 강제적 개입으로 고통과 두려움 속에 놓인 베네수엘라 시민들의 생명과 존엄을 기억하며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NCCK가 미국을 규탄의 대상으로 삼은 건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일방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침탈했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불법 마약 유통으로 미국에 위해를 끼친 범법자를 체포했을 뿐 주권 침탈을 위한 전쟁 행위가 아니었음을 항변하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 5일 열린 유엔 안보리에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서방 진영은 미국의 주장대로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불법정권으로 규정하며 미국의 작전을 옹호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주권 국가에 대한 불법행위라며 맞서고 있다.

국제사회가 민주진영과 사회주의진영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 정의당·노동당·녹색당과 시민단체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국내 진보 정당과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미국 규탄 대열에 합류했다. 여기에 진보 기독교 기관인 NCCK까지 같은 입장을 낸 거다. 이것이 마치 중국 러시아 등 마두로 정권과 가까웠던 나라들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동조하는 인상으로 비치지 않을까 염려된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은 남미에서 쿠바, 니카라구아에 이어 종교적 박해가 심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종교 지도자에 대한 불법적 구금과 신앙 공동체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탄압으로 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의 감시 대상에도 올라있다. NCCK의 성명이 그런 부분을 도외시한 채 정치적인 면만 부각시킨 게 아닌가 싶다.

미국이 마두로를 전격 체포 압송하자 수많은 베네수엘라 시민이 거리로 뛰어나와 환호했다. 이는 차베스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독재 포퓰리즘 정권이 무너지고 마침내 자유를 회복한 기쁨의 표현일 것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대통령 등이 독재에서 벗어나 자유를 쟁취한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NCCK는 “한 나라의 미래와 통치는 그 사회의 시민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에 동의하면서도 이는 자유민주적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나라에서나 가능한 원론적인 지적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마두로 체포 압송에 대한 국제법 위반 여부는 최종적으로 유엔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우리는 1950년대 GDP 세계 4위권 국가이자 석유 매장량 세계 최대 수준을 자랑하던 부국이 어떻게 추락했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함께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베네수엘라에 신앙의 자유와 진정한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