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크리스마스 기간 전역서 반기독교 폭력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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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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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 민족주의 단체 연루 의혹 제기...크리스마스 기간 교회 예배·행사·장례까지 잇단 공격 발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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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 전역에서 2025년 대림절과 크리스마스 기간을 전후해 기독교 공동체를 겨냥한 폭력과 위협 사례가 잇따라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인도복음주의연맹(EFI)에 따르면 해당 기간 확인된 반기독교 사건은 약 50건에 이르며, 사건은 중부와 북부, 남부, 동북부 등 전국 여러 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발성 사건을 넘어 구조적인 종교 갈등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EFI는 차티스가르, 우타르프라데시, 마디아프라데시, 케랄라, 아삼, 하리아나, 구자라트, 오디샤, 우타라칸드 등 최소 9개 주에서 크리스마스 예배 방해, 교회 및 주택 파괴, 장례 방해, 강제 개종 의혹 제기와 폭행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다수의 사건은 힌두 민족주의 성향 단체인 라슈트리야 스와얌세박 상(RSS)와 연계된 바지랑 달(Bajrang Dal), 비슈와 힌두 파리샤드(VHP) 활동가들이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부 인도 자발푸르서 시각장애인 크리스마스 행사 습격

CDI는 마디아프라데시주 자발푸르에서는 지난해 12월 20일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크리스마스 오찬 행사 도중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역의 한 힌두 민족주의 정당 간부는 행사에 참석한 시각장애 여성의 얼굴을 붙잡고 기독교로 개종했다며 비난했고, 이 장면은 영상으로 촬영돼 온라인상에 확산됐다. 해당 여성은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모욕적인 발언과 신체적 위협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행사는 8년간 지속돼 온 연례 자선 행사로,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점자 기기와 보행 보조 도구를 전달해왔다. 주최 목회자는 경찰 조사에서 강제 개종 정황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행사장은 난입한 군중으로 인해 사실상 중단됐고 아이들은 점심도 먹지 못한 채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최자를 수시간 조사한 뒤 석방했으나, 가해자에 대한 형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차티스가르주, 교회 방화·주택 파괴·매장권 침해 확산

차티스가르주에서는 기독교인을 상대로 한 폭력과 사회적 배제가 특히 심각하게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교회 건물이 불에 타고, 기독교 가정의 주택이 파괴되며 주민들이 피신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장례를 둘러싼 갈등도 잇따랐다. 개종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마을 공동묘지 사용이 거부되거나, 이미 매장된 시신이 당국에 의해 유가족 동의 없이 이장되는 사례도 보고됐다.

현지 주민과 목회자들은 장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폭력으로 비화하면서 수백 명이 모여 조문객을 폭행하고 교회와 주택을 불태웠다고 증언했다. 일부 사건에서는 경찰 차량이 파손되고 경찰관이 부상을 입었으나, 가해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법적 조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독교인 다수가 생명의 위협을 느껴 마을을 떠났고, 현재까지도 귀환 시점이나 보상 방안에 대한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강제 개종 부인 거부 시 주택 파괴…집단 폭력 계속

CDI는 지난 12월 말 차티스가르주 바스타르와 캉케르 지역에서는 기독교 신앙을 포기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가정들이 집단 폭력의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일부 마을에서는 대나무 막대기와 쇠막대를 든 군중이 주택 수십 채를 파괴했고, 가축과 식량이 약탈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임신 중인 여성이 폭행으로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한 사례도 보고됐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사망자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가족들이 기독교 신앙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작성하도록 강요받았고, 이후에야 시신을 화장할 수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해당 각서에는 향후 기독교 활동을 중단하고 이를 어길 경우 마을을 떠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해당 사안을 ‘사회적 합의로 해결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케랄라·우타르프라데시 등지서 캐럴·학교 행사도 표적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서는 성탄 캐럴을 부르던 미성년자들이 폭행을 당하고 악기가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체포됐으나, 일부 정치인은 이를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을 하며 사건을 축소했다.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와 하리아나주에서는 교회 인근에서 힌두 종교 의식이 열려 예배가 방해됐고, 성탄절 당일에도 학교 수업이 강행되는 등 기독교 전통과 충돌하는 행정 조치가 이어졌다.

아삼과 구자라트, 오디샤 등지에서는 학교와 상업시설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철거되거나 훼손됐고, 일부 지역 상인들은 산타 모자와 장식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힌두 민족주의 단체들은 크리스마스 보이콧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며 종교 행사 참여를 문제 삼았다.

기독교 지도자들 “종교 자유 침식되고 있다”

EFI와 인도기독교협의회(NCCI), 인도 가톨릭주교회의(CBCI)는 잇따른 성명을 통해 크리스마스 기간 발생한 폭력 사태를 규탄했다. 이들은 "예배 방해와 장례 침해, 거리 캐럴 공격이 반복되는 상황은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자발푸르 사건과 같이 장애 아동과 여성을 겨냥한 공격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와 집권당은 일부 사안에 대해 내부 조사나 경고 조치를 언급했으나, 다수 사건에서 형사 고발이나 체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경찰이 현장에 있었음에도 폭력을 제지하지 않거나, 오히려 기독교인을 강제 개종 혐의로 조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제 지표서도 악화…기독교인 불안 지속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 오픈도어(Open Doors)는 2025년 한 해 동안 인도에서 2,900건 이상의 박해 사건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인도는 2025년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에서 11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2010년대 초반과 비교해 크게 악화된 수치다. 인도 인구 약 14억 명 중 기독교인은 약 2.3%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힌두 민족주의 이념이 강화되는 가운데,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압박과 폭력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마스가 끝난 이후에도 차티스가르주를 중심으로 긴장 상태는 계속되고 있으며, 피난한 가정들의 귀환과 피해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