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노숙인 자립 수기집 『손을 잡으니 길이 되었다』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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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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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세군

절망의 가장자리에서 다시 삶을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거리에서, 쉼터에서, 그리고 다시 일상의 문턱에서 써 내려간 기록은 ‘회복’이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구세군한국군국(사령관 김병윤)은 29일 노숙 경험자들의 자립 여정을 담은 수기집 『손을 잡으니 길이 되었다』를 펴냈다고 밝혔다. 책에는 각자의 상처를 끌어안고 삶을 재정비해 온 21명의 증언이 담겼다. 발간을 기념해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빌딩에 모인 이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시작할 힘을 확인했다.

수기집 속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박영신(가명) 씨의 시간은 ‘생존’에서 ‘꿈’으로 방향을 바꿨다. 믿었던 동거인의 폭력과 착취로 신체적·경제적 손실을 겪고 거리로 내몰렸던 그는, 구세군의 의료·주거 연계를 통해 치료와 안정을 얻었다. 현재는 서울안마수련원 진학을 준비하며 직업을 통해 자립하는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도움의 손을 붙잡는 순간, 길이 열렸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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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기록은 ‘배웅’이라는 단어로 삶의 의미를 다시 정의한다. 김인성(가명) 씨는 노숙인 시설에서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돕는다. 하나님을 만난 이후, 그는 떠나는 이들의 곁을 지키는 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았다. “마지막에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일, 그것이 나를 다시 살게 했다”는 고백이 담겼다.

양평쉼터에 머무는 송하성(가명) 씨는 사진을 통해 세계와 재연결됐다. 은퇴 후 사기로 전 재산을 잃고 거리로 향했던 그는, 쉼터에서 카메라를 배웠다. 렌즈를 통해 포착한 장면들은 과거에 멈춰 있던 시간을 현재로 불러냈고, 그의 수기는 ‘다시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약속’으로 이어진다.

중독에서 회복을 이룬 박진만(가명) 씨의 목표는 단순하다. “평범한 아들로 돌아가기.” 그는 센터의 지원 속에 중독을 끊고 일터로 복귀해 채무를 정리했다. 가족과의 재회는 그의 새해 계획의 중심이 됐다.

구세군은 이번 책이 개인의 성공담을 넘어 사회적 연대의 기록이 되길 기대한다. 군국 측은 “이 글들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도 회복의 경로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증명한다”며 “새해를 앞두고, 존엄을 회복해 가는 과정으로 읽히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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