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낙태 클리닉 주변서 ‘침묵 기도’한 英 기독교인 사건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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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이사벨 본 스프루스. ©ADF International

미국 국무부는 영국에서 낙태 클리닉 완충지대 내에서 침묵 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한 기독교인 여성의 재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영국 검찰청(CPS)은 크리스마스 직전 이사벨 본-스프루스(Isabel Vaughan-Spruce)를 형사 기소했다고 확인했다.

그녀는 2024년 10월 공공질서법(Public Order Act) 2023 제9조에 따라 잉글랜드와 웨일스 전역에 이른바 ‘안전 접근 구역(safe access zones)’ 관련 새 법률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기소됐다. 이전까지는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장소 보호명령(PSPO) 권한을 활용해 낙태 반대 활동가들에 대해 조치를 취해왔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영국 일간지 더 텔레그래프(The Telegraph)에 이번 기소 결정이 “우려스럽다”고 밝히며, 미·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변인은 “침묵 기도를 한 여성을 기소한 결정은 표현의 자유와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라는 기본권 존중 측면에서 우려스러울 뿐 아니라, 미·영 관계를 지탱해야 할 공동의 가치에서 벗어난 바람직하지 않은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사벨의 사건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가만히 서서 침묵으로 기도하거나 대화를 제안하는 행위가 해를 끼친다고 보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본-스프루스의 첫 심리는 오는 1월 29일 버밍엄 치안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는 과거 유사한 혐의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으며, 이번 재차 기소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침묵 기도나 낙태 반대 신념이 범죄가 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에게는 사상의 자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는 기독교 법률 단체인 ‘자유수호연맹(ADF UK)’의 지원을 받고 있다.

본-스프루스가 공동대표로 있는 ‘마치 포 라이프 UK(March for Life UK)’는 재판을 앞두고 기도를 요청했다. 이 단체는 “이사벨은 대화를 시도하지도 않았고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았다”며 “미 국무부의 성명은 영국의 현 상황이 얼마나 부조리하고 심각한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청 지침에 따르면 낙태 클리닉 완충지대에서의 침묵 기도는 자동으로 불법에 해당하지 않으며, 사안별 판단이 이뤄진다.

본-스프루스 외에도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례는 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는 할머니인 로즈 도허티(Rose Docherty)가 낙태 시설 반경 200m 이내에서 “강요는 범죄입니다. 원하시면 대화하겠습니다”라는 문구의 팻말을 들었다는 이유로 체포돼 기소됐다. 도허티는 지난해 12월 19일 첫 공판을 받았으며, 다음 공판은 2026년 1월 13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