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로 사형 선고받은 나이지리아 기독교인 농부, 석방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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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기도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기독교인. ©오픈도어

나이지리아에서 농장을 공격한 급진적 풀라니 무장 세력을 상대로 정당방위에 나섰다가 사형을 선고받았던 기독교인 농부가, 미국 연방의원의 압박과 국제 사회의 관심 속에 전면 사면을 받아 석방됐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아다마와주 정부는 아흐마두 우마루 핀티리(Ahmadu Umaru Fintiri) 주지사가 성탄절과 연말을 기념해 선데이 잭슨(Sunday Jackson)에 대해 전면 사면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잭슨은 2021년 사형 선고 이후 10년 넘게 수감돼 있었다.

기독교 인권단체들과 미국 공화당 소속 라일리 무어(Riley M. Moore·웨스트버지니아) 하원의원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잭슨의 석방 소식을 전했다. 무어 의원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선데이 잭슨이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됐다”며 “자기방어를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고 장기간 수감돼 있던 그가 사면을 받았다”고 밝혔다.

무어 의원은 “잭슨은 나이지리아에서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겪고 있는 것처럼 이슬람 급진주의자의 잔혹한 공격을 받았던 기독교 농부”라며 “그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맞섰고, 그 과정에서 공격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나는 공개·비공개적으로, 그리고 최근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미 의회 대표단 일정 중에도 그의 석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아다마와주 정부 대변인 훔와시 워노시코우(Humwashi Wonosikou)는 “이번 사면은 성탄절과 새해를 기념해 이뤄진 조치”라며, 쿠제 중형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잭슨을 비롯해 요라와 카두나 교정시설에 수감된 다른 수감자들도 함께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사건은 2015년 아다마와주 누만 지역에서 발생했다. 잭슨은 자신의 농지에서 일하던 중 풀라니 목축업자인 부바 아르도 바우로(Buba Ardo Bawuro)가 가축을 몰고 농장에 침입하자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공격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잭슨은 흉기에 찔린 뒤 몸싸움 끝에 공격자를 제압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21년 아다마와주 고등법원은 잭슨이 현장을 피했어야 한다며 사형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올해 3월 나이지리아 대법원에서도 유지됐다.

잭슨의 석방을 위해 활동해 온 인사들 가운데에는 미국·나이지리아 법률그룹의 인권 변호사 에마누엘 오게베(Emmanuel Ogebe)와, 박해받는 기독교인들과의 연대를 위해 세계 각지를 다니는 미국의 목회자 윌리엄 데블린(William Devlin) 목사도 포함돼 있다. 데블린 목사는 비영리단체 ‘REDEEM!’과 ‘Widows & Orphans’의 자원봉사 최고경영자(CEO)다.

데블린 목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이지리아의 기독교 형제 선데이 잭슨이 사면을 받았다”며 “오게베 변호사와 함께 한 팀으로 사역했고,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고 밝혔다.

앞서 데블린 목사는 올해 3월 대법원이 사형 판결을 확정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잭슨 대신 내 생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발언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당시 “그리스도께서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셨듯, 다른 이를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성경에 대한 순종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