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정치권을 둘러싼 통일교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정치권 전반이 다시 한 번 긴장 국면에 들어갔다. 경찰은 15일 통일교 본산으로 알려진 천정궁을 비롯해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총 10곳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대상과 범위가 공개되면서, 통일교 의혹은 단순한 종교 관련 논란을 넘어 정치권 전반을 관통하는 중대 사안으로 급부상했다.
경찰의 강제수사가 본격화되자 정치권에서는 즉각 특검 도입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제3정당까지 가세하며 통일교 의혹은 단숨에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자리 잡았다.
◆ 국민의힘, “명백한 권력형 범죄 은폐”…특검 필요성 강조
국민의힘은 통일교 의혹을 현 정권과 직결된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규정하며 특검 도입을 강하게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며 민주당과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장 대표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종교단체 해산’ 발언을 문제 삼으며, 해당 발언이 통일교 의혹과 맞물려 사건 은폐 또는 입막음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과 대통령 측근들이 얼마나 깊고 넓게 연루돼 있기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겁박성 발언을 했겠느냐”라며 “이번 통일교 의혹은 대통령까지 개입한 명백한 권력형 범죄 은폐 의혹”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어 “이보다 더 분명한 특검 사유는 없을 것”이라며 통일교 의혹 수사를 위한 독립적 수사기구 도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 ‘내란 청산’ 프레임에 대한 반격…야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특검론
국민의힘은 이번 통일교 의혹을 민주당이 그간 강조해 온 ‘내란 청산’ 공세에 대한 반격의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당 안팎에서는 통일교 의혹을 민주당 지도부가 주장해 온 이른바 3대 특검, 즉 내란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 채 해병 특검과 연결된 2차 특검 논의와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대변인은 최근 논평을 통해 “정치보복 성격의 내란 특검은 2차, 3차라도 계속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현 정부와 직접 맞닿아 있는 통일교 게이트를 규명할 특검은 막고 있다”라며 “이는 극단적인 내로남불 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도 통일교 의혹 특검론에 가세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통일교 게이트야말로 특검이 반드시 필요한 사건”이라며 “이재명 정권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통일교 게이트를 경찰 수사에만 맡기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라고 밝혔다.
◆ 민주당, “특검 절대 불가”…정치 공세로 규정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 요구에 대해 강하게 선을 그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사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 특검 주장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언주 수석최고위원 역시 통일교 특검론을 두고 “정쟁을 유발하기 위한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은 통일교 의혹과 야권이 주장하는 2차 특검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김기표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이날 KBS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두 사안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김 원내부대표는 이어 “2차 특검은 1차 특검 수사 과정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충분한 정당성을 갖고 있다”라며 “통일교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부분은 현재로서는 경찰 수사를 통해 충분히 규명할 여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국민의힘과 통일교 사이에는 조직적 유착 범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이를 민주당 일부 인사의 연루 의혹과 단순 비교하거나 등치하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 정국 향방 촉각…연말까지 이어질 통일교 공방 전망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통일교 의혹과 야권의 특검 공세가 향후 정국, 특히 2차 특검 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도부는 연일 2차 특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여론의 추이와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통일교 의혹을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부각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민주당이 주장하는 2차 특검이 현실화될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정국이 이른바 ‘내란 프레임’에 묶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통일교 의혹을 공세 카드이자 2차 특검에 대한 방어 논리로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특검에 대해서는 당분간 ‘절대 불가’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2차 종합 특검의 실제 추진 여부와 범위에 대해서는 당 내부적으로 추가 논의를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