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인간 이해의 주된 경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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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문제를 문제의 근원에 두지 않는 인간 이해 경향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전통적인 기독교 인간 이해의 핵심에는 죄 이해가 있다. 일반적인 인간 이해에서도 인간을 죄인으로 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 죄가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것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기독교만의 독특한 인간 이해이다. 특별히 전통적인 기독교 인간이해는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이 죄의 핵심이며, 이것이 모든 인간 불행의 뿌리에 놓여있다고 본다. 이것은 예외 없이 모든 인간에 적용되므로 성경은 인간이 죄와 허물로 죽은 존재임을 선언한다 (엡 2:1). 육적으로 살아서 여러 가지 일을 성공적으로 잘 수행한다 해도 그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치 못하는 한 그는 죽은 존재요 소망이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즉 전통적인 인간이해에서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존재 즉 영이 죽은 존재이며 이 영이 살아나지 않는 한 인간은 결코 소망을 지닐 수 없으며 다른 어떠한 발전도 의미가 없는데, 이러한 관계 회복은 철저히 외부 즉 하나님으로부터 오며 전적으로 인간의 능력 밖에 있다는 점에서 인간 자체의 능력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를 지닌다.

따라서 인간의 문제 해결의 길은 이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 된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이 관계를 회복하여 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통적인 인간 이해는 종국적으로 참된 인간의 행복은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죄 용서를 경험하며 하나님의 계명 안에서 살아가는 하나님의 자녀들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 일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하여 교회는 복음 전도를 핵심적인 사명으로 생각했다. 인간의 죄 문제를 해결하려면 복음을 듣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받아들여 구원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가 세상을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복음을 전하는 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해방신학의 영향을 받은 에큐메니칼 신학은 죄를 하나님과의 개인적이고 영적인 차원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영적인 차원과 육적인 차원을 함께 보고 개인적인 차원과 사회 구조적인 차원을 함께 보는 경향을 지닌다. 여기에서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에큐메니칼 인간이해가 인간의 죄성을 생각하지 않거나 복음 전도의 필요성을 부인한다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다만 전통적인 선교가 인간의 모든 문제 해결의 근본에 죄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죄 문제 해결을 위해 복음전도에 최선을 다하는 반면, 에큐메니칼은 인간이해에 있어서 인간의 수직적인 차원의 죄 문제가 모든 문제의 근본이라고 생각하는 면이 다소 약하고 그로 인해 복음 전도에 중점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과 함께 에큐메니칼은 죄의 원인을 말하고 회개를 촉구하는 방향의 선교보다는 죄로 인해 드러난 문제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선교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구원은 외부 즉 하나님으로부터 오며, 전적으로 인간의 능력 밖에 있는 것이다. 구원을 얻기 위해 인간이 기여할 수 있는 일이란 없고, 다만 위에서 내려지는 구원을 수용하는 것밖에 없었다. 따라서 복음전도와 회개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에큐메니칼 신학은 이러한 구원의 개념에 의문부호를 붙이면서 구원을 종교적인 미신으로부터의 해방, 인간 복지의 성취, 도덕적인 미신으로부터의 해방,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등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하여 사회 구조악을 형성하는 경제적 착취, 정치적 조작, 군사력, 계급 지배, 심리적 통제 등의 타파에 참여하여 인간의 존엄성이 확립되도록 노력할 것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구원받은 자들은 소리 없는 자들의 소리가 되고, 눌림 받는 자들의 옹호자가 되어야 하며, 구조악에 위협받고 있는 개인의 권리를 옹호하고 소수의 전제 정치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는 대다수의 권리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죄와 그로 인한 모든 문제의 해결 방법을 기본적으로 회심으로부터 찾으려하는 전통적인 접근과 달리 죄의 결과로 드러난 문제의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에큐메니칼 신학의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현대선교신학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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