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원장들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계엄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위헌성을 제기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5일 오후 2시부터 약 6시간 동안 전국법원장회의를 개최하고 사법제도 개편 관련 주요 법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전국법원장회의는 법원행정처장을 의장으로 각급 법원장이 참여해 사법행정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통상 매년 12월 정기회의가 열린다. 올해는 지난 9월 임시회의에 이어 정기회의가 추가로 개최돼 사법개혁 논의가 집중됐다. 당시 법원장들은 민주당의 사법개혁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법관 증원과 법관평가제도 변경에 대한 신중한 검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날 회의에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한 43명의 법원장이 참석해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 법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사법개혁안에 대한 보고도 진행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계엄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계엄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와 영장전담판사를 두도록 하고, 재판부 구성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왜곡죄 신설 법안은 판사나 검사가 법리를 고의로 왜곡하거나 조작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 밖에 민주당은 대법원장 및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범죄를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법원장들은 두 법안이 재판의 중립성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궁극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한 법안 시행 과정에서 재판 지연과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제도 개편은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전문가 판단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제도가 그릇된 방향으로 개편될 경우 국민에게 직접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사법부를 믿고 최종 재판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며, 각급 법원이 신속하고 집중적인 재판 처리를 위해 모든 사법행정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 법원장들은 사법제도 개편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당초 준비했던 사법보좌관 인사 제도 개편안과 법관 윤리 강화 방안, 예산 집행 과정 유의점 등 세 가지 토론 주제를 서면 보고로 대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