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50명의 목회자들과 '하나님 만나는 통로' 회복
욕망과 결핍의 시대, "자족과 감사의 영성 회복 요청"
설교자의 소명... "일상 속 거룩을 드러내는 사유의 작업"
제8회 한양대학교 목회자영성세미나가 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ITBT관 7층 다솜채플에서 개막했다. 올해 주제는 '하나님을 만나는 통로'이며, 세미나는 3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목회자·전도사·신학생·사모 등 약 50명이 참석했다.
한양대학교 교목실이 주관해 올해로 8회째인 세미나는 '하나님을 만나는 통로를 다시 세운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숙소와 식사, 교재가 제공되는 2박 3일간의 일정 동안 목회자들은 '영성'에 대해 묵상하고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천진 목사는 소개의 글을 통해 "한국교회는 축소되고 있고, 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까지도 상실하고 있다"면서, "우리 목회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 모으는 기술이 아니라,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영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목회자세미나는 사흘 동안 다양한 강의가 이어진다. 1일 첫 강의로는 '영성과 설교'(김기석)와 '개인과 공동체 영적 성숙의 상관관계'(유해룡), 2일에는 '영성과 성서'(차준희), '영성과 관상기도'(이민재), '영성과 기독교 역사'(배덕만), '영성과 찬송'(이천진), '영성과 목회'(한석문), 마지막날에는 '영성과 에니어그램'(최경원, 김태은, 박미례) 등이다. 참가자들은 조별 나눔과 토론을 통해 각 교회의 상황에 맞는 적용점을 모색한다. 그리고 강의 중간 중간 오르간을 비롯한 트롬본, 해금, 가야금 연주 등도 마련됐다.
첫 강의 전한 김기석 목사의 '도전' 메시지
"행복의 분모를 줄이라"... 욕망의 시대를 읽는 영성
"설교자는 세상의 맨 앞에 선 자" 일상 속 거룩 발견하는 설교의 본질
김기석 목사(청파교회)는 세미나 첫 강의 '영성과 설교'에서 먼저 현대적 행복 공식을 짚었다. 그는 "오늘 인간 사회는 자본(capital)은 커졌지만 욕망(desire) 또한 비례해 커졌다"며 "욕망은 타인의 삶과 비교하는 데서 출발하는 마음의 결핍"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분모를 줄이는 삶, 즉 더 가지려 애쓰기보다 이미 가진 것을 향유하고 감사하는 법을 배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소비사회의 가장 강력한 저항은 '자족과 감사'"라며, 자기가 누리는 세상(햇빛, 물, 자연, 동료, 친구)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자각하는 능력이 영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뭔가를 바라보며 경탄하는 능력, 자기 삶이 은총임을 깨닫는 능력"이 무너질 때 인간은 빈곤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이야기는 시대정신과 맞지 않아 성도들이 좋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설교자가 해야 할 말"이라고 했다.
이어 김 목사는 설교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으로 '사유하는 힘'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모호함을 싫어하고 정답을 원하는 경향이 커졌다. 사유하기 힘들어지는 시대일수록, 설교자는 사람을 단정 짓지 않고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며 "젊은이들이 이단에 쉽게 빠지는 이유 중 하나도 생각을 요구하지 않는 '즉답 구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설교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회중이 스스로 사유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인도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목회자들을 격려하고 도전을 던졌다. 김 목사는 "이 시대에 설교자로 부르심 받았다는 건 어마어마한 사건"이라고 칭하며, "회중이 우리의 말을 듣기 위해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설교자는 '세상의 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격려했다. 또한 그는 "설교란 '예수 안에서 발견한 진실을 찬양과 순종으로 풀어내고, 대안공동체를 길러내는 일'"이라고 정의한 윌터 브루그만을 인용하며, "예수는 사람들의 일상을 찬찬히 바라보시고 그 안에서 거룩을 발견하게 하셨다. 당연한 것에 물음표를 붙이고 다시 보게 하신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이어 "당연의 세계를 해체하고, 인간이 본래 지어진 방식대로 새 삶을 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목회자의 직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의 설교자들이 "문제 일으키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사람들이 받아들일 만한 말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교회 내 정치적 해석과 이념적 갈등 때문에 "예언자처럼 말하면 쫓겨날 것 같은 시대"라는 고백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구 "Tell all the truth, but tell it slant"를 들며 "진실을 말하되, 너무 적나라하게 말하면 사람들 안에 저항이 생긴다. 그래서 수용 가능한 언어로 비스듬히 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첫날 개회예배는 오후 2시에 열렸다. 예배는 한양대학교회 교목실장 이천진 목사의 인도로, 오르간 한은미의 연주, 김수지 솔리스트의 '여정' 연주, 공동체 인사,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의 설교, 김진희 목사의 축도 등의 순서로 드렸다.
김기석 목사(청파교회) 마태복음 2장 1-12절을 본문으로 '동방박사는 왜 길을 잃었나'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먼저 "기다림은 소중한 선물인데, 현대사회는 기다림의 가치를 빼앗아가고 있다. 조급함과 성급함이 깊은 연민과 공감을 잠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방박사가 별을 따라 나섰다가 예루살렘에서 길을 잃은 이유를 "그들의 통념이 시야를 가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메시아는 왕가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하늘의 빛이 사라지자 바로 옛 통념에 사로잡혀 잘못된 길에 들어선 것"이라는 것이다.
김 목사는 "예수의 탄생은 통념을 해체하는 사건이었다. 하나님은 마굿간이라는 전혀 다른 장소에서 새 현실을 여셨다"며, "믿음의 사람은 '다른 길로 가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믿음의 여정에는 오리엔테이션, 디스오리엔테이션, 재오리엔테이션이라는 과정이 반복된다. 익숙한 틀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방향을 새롭게 잡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