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와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총회(백석총회)가 교단 통합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이 알려지면서 교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교단의 통합이 성사될 경우 2만 교회를 보유한 거대교단이 탄생하게 돼 한국교회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기하성 측은 지난 13일 정기임원회와 상임운영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예장 백석총회와 공식 통합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4인 통합 추진 실무위원회를 구성한 것으로 보아 당장 통합을 이루기보다는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통합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백석총회도 교단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공식 인정했다. 총회 관계자는 “내년 통합총회 개최를 목표로 진지하게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두 교단 통합 논의는 ‘검토 수준’이 아니라 사실화돼 가는 과정”임을 밝혔다. 또 “순복음과 장로교가 하나 된다면 한국교회와 세계교회 역사에서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두 교단 사이에서 통합 이야기가 처음 나온 건 최근 양 교단 대표 이 만난 자리에서였다고 한다. ‘한국교회가 하나 돼야 한다’는 덕담이 오가는 가운데 점차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11월 초에 공식 만남을 갖는 등 교단 통합 목표를 향해 한층 다가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두 교단이 통합 논의를 시작한 배경은 인구 감소, 세대 간 단절, 사회적 신뢰 약화 등 한국교회의 당면 과제와 위기를 극복하려는데 주안점이 있어 보인다. 장로교와 오순절을 대표하는 두 교단의 신학적 토대가 서로 다르지만, 한국교회에 닥친 현실을 볼 때 하나로 뭉쳐 대처해 나가자는 공감대가 통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두 교단 간의 통합 논의는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해 지금은 구체적인 목표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교단이란 조직 특성상 복잡한 난관을 뛰어넘어야 하는 숙제가 만만치 않다. 그걸 넘지 못한다면 선언적 의미로만 그칠 수도 있다.
일단 교단 통합의 가장 큰 과제는 신학과 교리적 차이다. 이걸 당장 뛰어넘기보다 융합하고 조화를 이루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하지만 ‘개혁주의’와 ‘알미니안’이라는 역사적으로 다른 신학과 예전을 하나로 융합하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장로교는 성경의 권위, 예정론, 신자의 성화 등 ‘칼빈주의’를 바탕으로 전통적이고 절제된 예배와 교리 질서를 중시한다. 반면에 오순절은 성령 체험과 방언 등 체험 중심의 신앙을 강조한다. 예배와 신앙 실천 면에서도 장로교는 전통적 예배와 조직(장로제), 성화와 거룩한 삶을 중시하는 반면에 오순절은 성령의 은사 체험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데서 큰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두 교단은 ‘신학적 차이’에 대해선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양 교단의 신학교수들이 조직신학과 교회사 분야에서 이미 연구에 착수한 상태고 정치제도와 행정 구조, 신학교 운영 등 산적한 과제들도 “서로 존중하며 이견을 좁혀갈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백석총회는 그동안 여러 교단들과 지속적으로 통합을 이뤄오는 과정에서 기도·성령운동 등에 대해 비교적 이질감이 없어 “큰 틀에서 합의하고, 세부적인 것은 통합 이후 정리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서로 다른 교파 간의 통합 논의가 우리나라에선 처음 있는 일이지만 캐나다와 호주교회의 경우 서로 다른 교파 간에 연합교회 형태로 통합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기하성과 백석총회의 통합도 이와 비슷한 유기적 연합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양 교단 모두 선교·교육 등 공통 사역에서 연합 구조를 구축하는 ‘선교적 연합체’ 구상에 방점을 두고 있다. 교단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는 선교·교육·사회참여 등 공통 사역에서 연합체로서 힘을 발휘하는 방식이다. 한국교회가 직면한 인구 감소, 사회적 신뢰 약화 등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는 공감대가 구체적인 통합 논의의 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통합 절차와 시기에 대해선 두 교단 모두 빠르면 내년 5월, 늦어도 9월에 통합총회가 개최되길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논의를 시작한 단계라 아직 그 결과를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단계지만 두 교단 모두 통합 논의 이행을 위한 절차에 들어간 만큼 그 과정이 순조로울 경우 통합총회 개최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양 교단이 각기 다른 신학적 배경과 교단 역사, 교회 정치 체계로 굳어진 세월을 단숨에 뛰어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조직 구성, 제도 통합 방식, 사역 조정 등을 놓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실제 부딪히는 문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교계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신학과 예전이 다른 교파 간에 통합이 이루어진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두 교단의 통합 논의 과정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사분오열한 한국교회에 새로운 방향타가 될지, 단지 외연 확대로 그칠지, 아니면 논의 자체가 무산될지 아직은 관망하는 자세다.
일각에선 백석총회가 그동안 교단 간 통합 작업을 통해 교세를 키워온 것을 들어 이번 통합 작업도 외형 확대에 방점이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사분오열’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한국교회에 교단을 뛰어넘어 교파 간 결합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평가받을 만하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연합의 틀을 견고히 한다면 한국교회와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와 함께 기대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