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집행이 본격화하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9월까지 누적된 나라살림 적자가 100조원을 넘어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고,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 역시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3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1월호’에 따르면 올해 1~9월 총수입은 480조7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조4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지출은 544조2000억원으로 51조9000억원 늘었고,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는 63조5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보다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02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108조4000억원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91조5000억원)와 비교해도 10조9000억원이나 늘어난 수준이다. 황희정 기재부 재정건전성과장은 “9월에는 주요 세입이 많지 않아 적자가 일시적으로 확대되지만, 10월에는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곤 한다”고 설명했다.
국세수입은 289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조3000억원 증가했다. 법인세수 21조4000억원, 소득세수 10조2000억원이 크게 늘어난 반면 부가가치세수는 2000억원 감소했다. 세수 진도율은 77.8%로 전년보다 2.0%포인트 상승했다. 세외수입은 24조7000억원, 기금 수입은 166조5000억원으로 각각 늘어나 전체 세입 증가세를 뒷받침했다.
재정 부담을 보여주는 국고채 지표도 변화가 두드러졌다. 9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1259조원으로 전달보다 1조9000억원 감소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116조8000억원 증가했다. 10월 국고채 발행 규모는 17조7000억원(경쟁입찰 기준 1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고, 1~10월 누적 발행량은 205조2000억원으로 연간 발행 한도의 88.8%까지 상승했다. 추경이 반영된 국고채 발행 한도는 231조1000억원이다.
국고채 금리 상승으로 정부의 자금 조달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기재부는 최근 금리 상승이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시장 기대를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10월 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716%로 전월 대비 0.134%포인트 올랐고, 10년물 금리는 3.061%로 0.11%포인트 상승했다. 평균 조달금리 역시 2.68%로 전달보다 0.07%포인트 높아졌다.
외국인의 국고채 보유 규모는 증가했지만, 보유 비중은 소폭 줄었다. 10월 말 외국인 보유 잔액은 280조6000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1000억원 늘었으나, 전체 국고채 대비 보유 비중은 24.1%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 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나, 향후 금리·환율 변동이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연말까지 세입과 세출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며 재정의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적자 폭 확대와 국고채 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하반기 재정 운용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