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진영은 하나님의 선교 신학의 영향으로 세상과 교회의 구별을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교회는 단지 세상을 위한 부수적 기구임을 강조하면서 세상이 교회보다 더 핵심적인 위치를 점하는 형세가 되고 있다. 자연히 교회의 위치는 약화되고 세상과 교회의 구별이 거의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경향에 대하여 보쉬는 “에큐메니칼 주의에서는 교회와 세계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이해된다. 교회는 세속화되어 교회의 신분을 버린다.”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관점의 위험성에 대하여 “... 세속화된 교회는 이 세계에 제공할 것이 없다.”고 경고한다. 이어서 그는 “... 교회와 세계가 더 이상 구별될 수가 없다고 하면 하나님 나라는 그 형상과 모습을 잃은 것...” 이라고 설명한다.
성경이 분명히 말씀하는 세상의 죄성을 간과하는 경향을 지닌다. 성경은 하나님을 배반하고 사단의 권세 하에 놓여 있는 세상을 언급한다. 세상은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를 영접하지 않는 곳이다 (요 1: 9-11). 세상은 세상에 속하지 않은 제자들을 미워하는 곳이다 (요 17:14). 김명용은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십자가의 현실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거짓 사상의 권세를 생각하게 한다. 성경에 의하면 마귀는 ‘거짓말 하는 자’(요 8:44)이다. .... 이 세계는 하나님의 세계이지만 그 하나님에 대한 진리가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에큐메니칼 진영은 위와 같은 세상과의 구별을 약화시키고 세상에서의 섬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초기에는 선교를 위한 효과적인 방식으로서의 기독교 내에서의 연합을 강조하였지만, 점차로 이 연합이 확대되어 타종교와의 연합까지 강조하면서 타종교의 구원 가능성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세상의 샬롬에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는 면이 없지 않지만, 기독교 자체의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전도의 약화와 이로 인한 교회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쉬는 “교회는 세계를 위한 교회의 봉사를 위해서도, 바로 그 봉사 때문에 세계로부터 구별되어야 한다. 교회는 이 세계 안에서의 교회의 존재인 동시에 이 세계 안에서 구별되는 존재일 때만이 의미 있게 사도적일 수 있다.” 라고 설파하였다.
에큐메니칼 진영은 성경을 신중하게 생각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성경은 필요할 때 언급하는 참고서적 정도일 뿐 에큐메니칼 전체 사역을 방향 짓는 근본적인 사항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성경은 그리 큰 권위를 지니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니엘 트라이어(Daniel J. Treier)는 “... 신학은 최종적으로는 여전히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을 우선시하든지 아니면 인간적인 것을 우선시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되어 있다. 현대성은 너무도 자주 인간이 구원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를 거절하면서 후자를 택했다.” 라고 말하는데, 에큐메니칼 성경관은 후자의 입장과 가까운 입장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이성과 상황을 성경보다 우위에 두는 자유주의 신학이나 상황신학 경향의 교회들은 대부분 심각한 감소 현상을 보이며, 이것은 또한 선교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선교는 세상의 샬롬을 위해 기여하는 활동이라는 관점을 지니면서 교회보다 세상을 더 우선순위에 두는 입장에서 보면 교회의 감소나 선교의 감소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교회가 다 쇠퇴하고 사라지면 ‘선교’를 논의하고 수행할 수 있는 사람 자체도 사라지는 것이다. 또한 백번 양보하여 세상이 아무리 잘 살고 좋아져도 거기에 하나님에 대한 무관심만 팽배한다면 그것을 과연 하나님의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선교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강한 교회 세움에 관심을 지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성경의 권위를 진지하게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에큐메니칼 진영은 이런 점을 고민하면서 자체의 성경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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