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중에도, 세대 잇는 손끝의 신앙… 500명 함께한 ‘말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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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영 기자
sybaek@c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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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교회 80주년, ‘샬롬을 쓰다’ 성경필사전 열려

9일~30일 경동교회 갤러리에서 개최
500명 참여한 전 교인 필사 프로젝트 결실
병마를 이겨낸 필사·세대 잇는 필사책 감동
임영섭 담임목사 "이것이야말로 신앙의 유산"

경동교회는 80주년을 맞아 전 교인 필사전 ‘샬롬을 쓰다’을 지난 9일부터 열고 있다. ©경동교회

경동교회(담임 임영섭 목사)가 창립 80주년을 맞아 전 교인이 함께한 성경필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결실을 모은 「샬롬을 쓰다」 필사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말씀을 쓰다', '노래를 쓰다', '기도를 쓰다' 등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12인의 성경 전권 필사본을 비롯해, 교인 70여 명이 각자 좋아하는 찬송과 기도문을 써 내려간 노트, 그리고 이를 모티브로 한 예술작품들이 함께 전시된다.

'샬롬을 쓰다'라는 이름처럼, 손으로 샬롬을 써 내려가며 하나님의 평화를 이루고자 한 교인 80여 명의 소망이 담겼다. 성경전권 필사자에는 강구한, 김장복, 김인숙, 박신희, 유명숙, 유현주, 이경옥, 이주원, 장광자, 정용근, 지은숙, 한정숙 등 12명이 이름을 올렸다. 초대작가는 김충열, 심정아, 이경재, 조혜경, 천동옥 등이다.

'전 교인 성경필사 프로젝트'는 경동교회 창립 8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교회는 전용 필사노트를 제작해 지난 6월 교인 500여 명에게 나누었고, 말씀뿐 아니라 평소 애송하는 찬송과 개인의 기도문 등을 함께 적도록 했다. 그 결과 약 4개월 동안 필사에 참여한 교인 중 70여 명이 완성본을 제출하며 공동체의 신앙 여정을 완성했다.

지난해 소천한 강구한 집사의 성경전권 필사본. 생전 신앙의 고백이 담긴 필사본은 경동교회의 ‘신앙의 유산’으로 전시되고 있다. ©경동교회

이번 전시에는 특별한 사연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김장복 집사는 2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뒤 언어장애와 손떨림에도 불구하고 성경 전체를 손수 필사했다. 흔들린 글씨마다 신앙의 인내와 헌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의 손자 김윤민 어린이는 할아버지의 회복을 위해 기도문 편지를 함께 써내려가며 세대가 이어지는 감동을 전했다.

또한, 지난해 소천한 강구한 집사의 성경전권 필사본도 전시됐다. 임영섭 담임목사는 "생전 심방 중 강 집사가 소중히 꺼내 보여주셨던 바로 그 책"이라며, "이곳에 놓인 모든 필사본이 경동교회의 '신앙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시어머니 박신희 권사의 미완성 필사본을 두 며느리가 이어서 완성한 책도 전시돼 눈길을 끈다. 세대를 이어 손끝으로 이어진 믿음의 기록이 하나의 신앙 고백으로 남았다.

‘샬롬을 쓰다’ 필사전에 참여한 교인들의 필사노트와 예술작품이 경동갤러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경동교회

이번 프로젝트를 제안한 경동교회 문화예술위원회 심정아 위원은 제안 배경에 어머니의 삶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의 어머니 장광자 권사는 지난 10년간 성경 전권을 일곱 번 필사한 인물이다. 심 위원은 "어머니께서는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필사할 생각에 마음이 기쁘다고 하셨다"며, "올해로 85세가 되셔서 어지럼증으로 오래 앉아있기 힘드신데도, '이젠 쓸 수 있는 시간을 아껴 가며 필사해야지'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전시를 통해 70여 권의 필사노트가 벽을 가득 채운 장면을 보며, 경동교회의 신앙 유산이 80년 동안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한편, '샬롬을 쓰다' 필사전은 오는 30일까지 경동교회 선교관 2층 경동갤러리에서 열린다.

'샬롬을 쓰다' 전시 포스터 ©경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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