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쉬었음’ 인구 급증… 통계 착시 속 고용시장 불균형 심화

실업률은 낮아졌지만, 청년 체감 고용은 악화… 전문가 “노동시장 구조 개선 시급”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 ©뉴시스

실업률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청년층의 현실은 다르다. 취업도 구직도 공부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겉보기에는 고용지표가 개선된 듯하지만 실제로는 청년 고용의 질적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 3명 중 1명 이상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했다고 답했고, 이런 현상이 사회 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8월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별다른 이유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264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만3000명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이 차지하는 비율은 16.3%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15세에서 29세 사이 청년층의 ‘쉬었음’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 연령대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34.1%로 가장 높았으며, 이는 전년 대비 3.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다른 연령대가 건강 문제를 이유로 쉬고 있다는 응답이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거리 부족”을 이유로 든 응답도 9.9%로 0.7%포인트 상승했으며, “복학 준비나 휴학” 등의 사유도 10.9%에서 13.7%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쉬었음’ 청년층의 증가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일자리 미스매치와 노동시장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청년층이 기대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비정규직·단기·저임금 일자리가 주를 이루는 현실에서 많은 청년이 노동시장 진입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노동시장 복귀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1년 이내 취업이나 창업을 희망하는 비율은 20.4%였으며, 그중 20대는 43.4%, 30대는 46.5%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상당수의 ‘쉬었음’ 청년들이 언제든 일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쉬었음’ 인구의 증가가 실업률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률은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경제활동인구 중 구직활동을 했으나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의 비율을 의미한다. 즉, 구직활동을 포기하거나 중단한 청년들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계산에서 제외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지연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실업률 하락 요인 중 약 71%가 20대 ‘쉬었음’ 인구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20대 쉬었음 인구가 지금보다 완만히 늘었을 경우, 현재 실업률은 최대 0.7%포인트 더 높았을 것”이라며 “쉬었음 청년의 증가는 고용 호조에 대한 착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쉬었음’ 청년은 단순한 비경제활동인구가 아니라 잠재적 구직자에 가깝다”며 “이들의 증가는 노동시장의 질적 문제를 보여주는 신호이자, 장기적으로 경제 생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실업률 하락의 상당 부분이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기업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약화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 가능성에 회의적인 청년층이 구직을 포기하는 현상이 지속되면, 축소되는 인적 자원의 활용도가 낮아지고 사회통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쉬었음’ 상태의 청년들이 다시 노동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실업률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 구조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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