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이공계 인재 절반 해외 유출”… 젊은 세대 70% 이직 고려

주요 5개 대학 출신 박사 절반이 해외행… “성과 중심 보상·세제 인센티브·기술창업 지원 강화 시급”

국내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로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5개 대학 출신 이공계 박사 인력의 절반가량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국내에서 근무 중인 이공계 인력의 43%가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으며, 20~30대 젊은 세대의 경우 그 비율이 70%에 달해 심각한 수준으로 지적됐다.

한국은행은 3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보고서 ‘이공계 인력의 해외유출 결정요인과 정책적 대응방향’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윤용준 조사국 거시분석팀장, 정선영 차장, 최준 과장, 안병탁 조사역이 공동 집필했으며, 국내외 이공계 인력 2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했다.

보고서는 과학기술 인재가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첨단 제조 등 미래 성장 산업의 핵심이자 국가 경쟁력의 전략적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우수 인재 상당수가 의료계로 진학하고, 이공계를 선택한 인력은 더 나은 연구 환경과 경력 기회를 찾아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한국인 이공계 박사 인력은 2010년 약 9000명에서 2021년 1만800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2015년 이후 바이오와 ICT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국내 주요 5개 대학 출신 인력의 해외 순유출 비중은 평균 47.5%(2004~2024년 기준)에 달했다.

또한 국내 근무 중인 인력의 42.9%는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20~30대 젊은 연구자층에서는 그 비율이 70%로 나타났다. 이직 이유로는 높은 연봉과 같은 금전적 요인이 가장 컸지만, 연구 생태계, 전문 네트워크, 경력 발전 기회 등 비금전적 요인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의 실증 분석에 따르면 소득 만족도가 ‘보통’에서 ‘만족’으로 개선될 경우 해외 이직 확률은 4.0%포인트 감소했다. 또한 고용 안정성과 승진 기회에 대한 만족도가 개선될 경우 각각 5.4%포인트, 3.6%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사급 인력은 승진 기회와 연구 환경, 박사급 인력은 고용 안정성과 자녀 교육 환경이 해외 이직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공별로는 바이오와 IT 등 신성장 산업 분야 인력이 자녀 교육과 연구 환경을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이러한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성과와 시장가치에 기반한 유연한 보상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인적자본 투자에 적극 나서 세액공제와 소득세 감면 등 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기술창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젊은 석사급 인력이 국내에서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경력 트랙을 마련하고, 해외 연구기관 및 연구자와의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R&D 역량 강화를 위해 첨단 연구 인프라 접근성을 높이고, 해외 경험이 있는 인력을 겸임이나 정년연장 제도를 통해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창업 실패 후 재도전 기회를 확대하고, M&A·IPO 등 회수 기능을 강화해 투자 수익 실현이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준 과장은 “이공계 인재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의 핵심 인적자원”이라며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 확립과 세제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국내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연구가 가능하도록 정부와 기업이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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