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여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안과 관련해 “공론화 과정에서 사법부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증원을 핵심으로 한 사법개혁안을 발표한 직후 나온 첫 공식 입장이다.
조 대법원장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날 공개된 사법개혁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서 사법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관 증원으로 재판 체계가 ‘옥상옥(屋上屋)’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충분히 논의해 보고, 이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법개혁 논의가 국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대응 방향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이 개혁안은 법안 공포 1년 후부터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증원을 시행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민주당 개혁안에 따르면 증원이 완료되면 대법원은 6개의 소부(小部)와 2개의 연합부로 재편된다. 연합부는 현재 13명의 대법관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와 유사한 형태로 구성되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의 경우 전체 대법관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는 ‘확대 합의체’에서 판결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관 증원은 재판 지연 해소와 업무 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로 제안됐지만, 일각에서는 대법원의 위상과 권한이 분산돼 사법 판단의 통일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소부 간 판결이 엇갈릴 경우 법적 혼선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충분한 내부 논의를 거쳐 사법부의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사법개혁은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제도 설계 과정에서 법원의 역할과 책임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법개혁안은 오는 2025년 정기국회에서 주요 쟁점 법안으로 논의될 예정이며,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