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의 한 염전에서 또다시 강제노동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역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신안군과 경찰은 사건 인지 직후 수사 의뢰와 조치를 진행했다고 해명했으나,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시 분리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21일 신안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합동으로 실시한 염전 노동 착취 실태 조사에서 신의도 소재 염전에서 60대 남성 A씨가 강제노동 의심 피해자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신의파출소 소속 경찰관의 제보로 시작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오랜 기간 해당 염전에서 일했지만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했으며, 급여 통장까지 염전주 B씨가 직접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신안군은 경찰과 노동당국에 B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은 B씨가 2019년부터 4년 넘게 A씨에게 총 6600만 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 법원은 최근 B씨에게 벌금 300만 원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경찰도 B씨를 준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진행했으며, 사건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현재 처리 중이다.
신안군과 경찰은 조사 당시 A씨를 보호하기 위해 염전주와의 분리 조치를 시도했으나, A씨가 이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이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신안군 관계자는 “A씨가 ‘가족이 없다’며 갈 곳이 없다고 호소해 별도의 보호 조치를 진행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도 “전남도 장애인 권익옹호기관과 협조해 A씨의 장애 여부를 확인하고 병원 진료를 권유했지만, A씨가 끝내 이를 거부했다”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보호시설로 이송할 법적 근거가 없어 강제 분리 조치는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B씨는 신안군의 행정처분이 내려지기 전에 염전을 폐쇄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해당 부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조만간 부지 내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염전이 폐쇄된 뒤 피해자 A씨는 광주 북구의 한 요양병원으로 옮겨져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군은 이번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재점검하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장애인 관련 조사는 주로 외부 기관이 담당하기 때문에 당시 세부 상황을 모두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최근 제기된 의혹들을 바탕으로 당시 조사 과정과 행정 대응 전반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