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48차 총회 후 “사실상 정년폐지” 논란 불러
“발의 취지는 후임 못 구하는 오지교회 돕자는 것”
“부끄럽다” “정년 연장 절대 안 돼” 반대 의견 쏟아져
“미자립교회 ‘등’” 삽입한 세칙 개정도 함께 무효로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총회장 김동기 목사)가 목회자 정년을 현행 75세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제48회 정기총회 당시 관련 안건 통과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발견됐고, 개정 취지와 다른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해당 결의를 ‘원인무효’ 하기로 한 것이다.
백석총회는 9월 30일 개최한 제48-1차 실행위원회에서 ‘헌법 정치 제27조 개정에 대한 노회 수의 건’을 다뤘다. 지난 정기총회에서 개정된 헌법 제3장 정치 제27조는 “항존직원의 정년은 75세로 한다”에서 “단, 담임목사의 직분은 교회가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요청할 때 정년의 제한을 받지 아니한다”는 단서조항을 추가해 “사실상 정년폐지”라는 논란을 불러왔다.
당초 이 헌의안은 ‘목회자 정년의 건’이라는 별도의 제목 없이, 충남노회가 ‘헌법·세칙 및 규칙개정안’의 형태로 올렸고, 총대들은 목회자 정년 연장이나 폐지와 연관된 안건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석 측에 따르면 단지 제안자 발언에 의해 “미자립교회 이외의 어려운 교회들이 계속 시무할 수 있는 길을 열자”는 취지로 이해하고 “허락”을 외친 것이라고.
폐회 후 언론 보도를 통해 ‘목회자 정년 연장’ 소식을 접했고, 교단 산하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절대 정년 연장은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고 한다.
실행위원회에서는 헌의안을 상정한 충남노회 소속 부총회장 이승수 목사가 실행위원들의 양해를 구하며 원인무효에 동의했다. 이 부총회장은 “헌의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총대들이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채 안건이 일괄 처리됐다”며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심도깊은 토론이 없었고 3분의 2 찬성이라는 결의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절차적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는 또 “총회에서 모법인 헌법과 함께 시행세칙에 ‘미자립교회 등’을 넣는 개정도 있었다. 이 또한 함께 처리되었기에 같이 철회하고자 한다”며 “충남노회가 개정안을 낼 때는 미자립교회의 개념이 모호하기에 이를 보완하려는 것이었는데 법안이 확대 해석되면서 정년 폐지로 왜곡되고 말았다”고 했다.
발의자이자 헌의안을 보고했던 헌법위원장 온재천 목사도 “충남노회가 이 헌의안을 올릴 때는 경제적 자립이 되어 있어도 오지에서는 후임자를 구하기 어려워 미자립교회 기준을 완화해 오지나 지방 교회들이 교회를 폐쇄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 지방노회가 겪는 고민속에서 나온 헌의안이 헌법수개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상정되면서 세밀한 연구 과정이 생략됐고, 헌의안 처리 과정에서 ‘헌법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표결 없이 총대들의 “허락”으로 통과된 절차상 문제가 떠오르면서 교단 내부에서는 정년 연장 철회를 촉구하는 여론이 높아졌다고 백석 측은 전했다.
전남노회 조기원 목사는 실행위원회에서 “우리 교단이 목회자 정년을 폐지했다는 소식을 듣고 하나님 앞에 부끄러워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됐다”며 “사회 통념상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앞으로도 정년 연장은 안 된다”고 반발했다.
다음세대위원장인 최선 목사는 “75세 정년도 길다. 양적 성장과 함께 우리 총회가 추구할 것은 내실을 기하는 것이다. 헌법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총대들이 안건을 세밀히 살피지 않은 것에 대해 저를 비롯해 많은 총대들이 인정한다. 교단의 미래를 위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면 좋겠다”고 이승수 목사의 원인무효 동의에 제청했다.
김동기 총회장은 실행위원들에게 찬반을 물었고, 재석 90명 중 76명의 찬성으로 헌법개정안 원인무효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백석총회의 항존직 정년은 만 75세로 현행 유지되었고, 미자립교회 ‘등’을 삽입한 시행세칙도 함께 원인 무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