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가 정부 핵심 전산망을 마비시키며 전국적으로 큰 혼란을 불러왔다. 정부24, 국민신문고, 모바일 신분증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70여 개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추석을 앞둔 국민들의 불편이 크게 늘어났다. 단순한 사고를 넘어 관리 부실이 낳은 인재라는 지적과 함께, 정부의 사전 대비 부족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6일 오후 8시 15분께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로 시작됐다. 불은 비교적 빨리 진화됐지만 정부 부처와 지자체 전산망이 연쇄적으로 중단됐고, 이 과정에서 1명이 경상을 입는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즉각 복구를 지시했으나, 이미 국민들의 생활 불편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정부 시스템의 신속한 복구와 국민 불편 최소화”를 지시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대체 서비스 마련과 함께 납세 등 행정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국민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금융, 교통, 택배 등 민생 분야 피해를 막기 위해 민간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과 이중 운영체계 구축을 지시하며 구조적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 책임론이 거세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태는 국가 핵심 전산망 관리 부실이 낳은 인재”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야당 시절 이상민 행안부 장관 경질을 요구했던 것처럼, 윤호중 장관을 경질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 개인정보 유출 여부와 데이터 훼손 여부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국가안보 차원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또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방침을 언급하며 “국민 신원 확인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 입국은 국민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8일 오전 3차 회의를 열고 복구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화재로 전소된 배터리 384개는 전량 반출됐으며, 안정적 운영에 필요한 항온항습기도 복구가 완료됐다. 네트워크 장비는 50% 이상, 핵심 보안장비는 99% 이상 재가동됐고, 전체 647개 서비스 중 직접 화재 피해를 입지 않은 551개는 순차적으로 재가동에 들어갔다.
김광용 중대본 제2차장은 “오늘 중으로 551개 서비스를 정상화해 국민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직접 피해를 입은 일부 전산실은 복구에 시간이 더 소요되겠지만, 신속한 복구와 투명한 원인 규명을 통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전 국정자원 화재는 국가 전산망 관리의 허술함과 재난 대비 미흡을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발생한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정부 신뢰 위기로 번지고 있으며,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