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와 마운자로로 대표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반 비만치료제의 뒤를 잇는 차세대 약물들이 국제 학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주 1회 투여를 월 1회로 늘린 장기 지속형 약물, 포만감을 유도하는 아밀린 유도체, 근육 손실을 줄이는 신개념 치료법 등이 차세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하나증권 보고서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15일부터 19일(현지 시간)까지 열리고 있는 유럽당뇨병학회(EASD 2025)에서는 아밀린 유도체를 비롯한 장기 지속형 및 병용 요법, 신개념 비만치료제의 최신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미국 멧세라(Metsera)는 아밀린 유사체 ‘MET-233i’의 전임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16주간 격일 투여 후 체중 감소율을 비교한 결과, MET-233i가 경쟁 약물보다 더 큰 감량 효과를 보였다. 임상 1상에서는 반감기가 19일로 확인돼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초장기 지속형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입증됐다. 같은 회사의 또 다른 후보물질 ‘MET-097i’ 역시 임상 2a상에서 15\~16일의 반감기가 나타나, 단독 또는 병용 투여 시 장기 지속형 약물로 개발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밀린은 췌장에서 인슐린과 함께 분비돼 포만감을 촉진하고 식후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아밀린 기반 치료제는 GLP-1 약물의 위장관 부작용과 근육량 감소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기전을 지니고 있다. 위장관 대신 식욕 중추를 자극해 포만감을 유도해 내약성이 우수하고, 지방 위주의 체중 감량으로 근육 손실이 적다는 임상 결과도 보고됐다. 이 같은 특성은 GLP-1 계열과의 병용 요법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미국 턴스 파마슈티컬(Terns)은 GLP-1 수용체를 단일 표적으로 하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TERN-601’을 개발 중이다. 이 약물은 반감기가 9\~10시간으로, 하루 한 번 복용에 최적화됐다. 이번 학회에서는 임상 1상 안전성 데이터가 집중적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국내 한미약품은 체중 감량과 근육 증가를 동시에 유도하는 비만치료제 ‘HM17321’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GLP-1 기반 치료제는 체중의 15\~20% 감량 효과가 있지만, 감량 체중의 최대 40%가 근육 손실로 이어지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HM17321은 세마글루타이드와 유사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면서도 근육량과 제지방량을 동시에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학회에서는 세계 최초로 마우스 근육 단백체 연구를 통해 HM17321의 근육 증가 기전이 분자생물학적으로 규명된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비만치료제 개발은 장기 지속형 약물과 병용 요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부작용으로 용량 증량에 한계가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역시 “다양한 기전의 신약들이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어 이미 ‘넥스트 웨이브(Next Wave)’ 경쟁이 본격화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