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이 4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과 비상용직 노동자 집단에서 불이익 우려가 더욱 높게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온라인 노조는 7일 발표한 ‘직장 내 성범죄 위험 인식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23.1%가 성범죄 피해 신고 시 정상 생활이 어렵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여성 응답자는 30.9%, 비상용직 노동자는 28.3%로 평균보다 높았고, 남성(16.1%)과 상용직(19.7%)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가해자 보복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응답자의 20.7%가 동의했으며, 여성(27.5%)과 비상용직(25.8%)에서 비율이 높았다. 또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도 여성 26.4%, 비상용직 24.5%로 전체 평균 19.3%를 웃돌았다. 신고 이후에도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여성 28.8%, 비상용직 26.8%로 나타났다.
그 밖에도 ▲신고자 신원 노출 우려(여성 34.5%·비상용직 28.5%) ▲피해자 보호조치 미흡(여성 22.8%·비상용직 22.0%) ▲신고 후에도 성범죄 감소 효과 없음(여성 23.5%·비상용직 21.0%) ▲신고 자체가 어렵다는 응답(여성 19.2%) 등에서도 여성과 비상용직의 비율이 평균보다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한국 사회의 직장은 여전히 성범죄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며, 특히 여성과 비정규직 같은 구조적 약자가 더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과 제도가 제 기능을 못하는 현실에서 성범죄 신고는 합리적 선택이 되기 어렵다”며 “특정 가해자 처벌에만 머물면 동일한 환경에서 새로운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최근 조국혁신당에서 발생한 성폭력·괴롭힘 사건을 언급하며, 피해자가 2차 피해와 조직의 방치 속에 결국 당을 떠나야 했던 사례를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민주주의 핵심 기관인 정당 내에서도 피해자가 침묵하거나 조직을 떠나는 방식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은 사회 전체의 퇴행”이라고 강조했다.
김세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예방이 되지 않고, 신고해도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불이익이 뒤따른다는 응답은 직장 내 성범죄 관련 법 제도와 기업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냉혹한 결과”라며 “문제 해결의 핵심은 피해 이전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형식적인 예방 조치나 보여주기식 절차로는 직장 내 성범죄를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지원으로 글로벌리서치가 실시했으며, 7월 1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표본은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에 맞춰 비례층화표집법으로 추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