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는 에리트레아에서 20년 넘게 기소 없이 수감 중인 기독교 지도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한이 주미 에리트레아 대사관에서 거부됐다. 전 세계 인권·종교 자유 단체들은 국제사회의 관심과 대응을 촉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소재 에리트레아 대사관 앞에서는 ‘종교 자유 연대’(Voices for Justice) 캠페인을 비롯해 21윌버포스(21 Wilberforce), 세트 마이 피플 프리(Set My People Free), 크리스천 프리덤 인터내셔널(Christian Freedom International), 주빌리 캠페인(Jubilee Campaign) 등 단체들이 연합 집회를 열었다.
시위는 ‘폭력 행위 희생자 추모의 날’(8월 23일)을 하루 앞두고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수감 중인 7명의 기독교 지도자 사진과 ‘Release the 7’(일곱 명을 석방하라)라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구금된 지도자들의 사연을 알렸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대부분 2004~2005년 사이 체포돼 지금까지 기소 없이 수감돼 있다. ▲메사와 레마 복음교회를 이끌던 밀리온 게브르셀라시에 목사(2004년 체포) ▲에리트레아 복음주의 연맹 의장이던 쿠플루 게브레메스켈 박사(2004년 체포) ▲정통파 사제 게브레메드힌 게브레기오르기스 신부(2004년 체포) ▲정통파 사제 테클레아브 멩기스테아브 신부(2004년 체포) ▲풀가스펠교회 지도자 키다네 웰도 목사(2005년 체포) ▲정통파 사제 푸춤 게브레네구스 신부(2004년 체포) ▲복음주의 지도자 하일 나이즈게 목사(2004년 체포) 등이 포함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고혈압, 당뇨, 시력 손상 등 장기 수감으로 인한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수감자들이 있는 웽겔 메르메라 수사센터를 “극악무도한 환경”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날 집회에서는 크리스천 프리덤 인터내셔널 소속 엘라 엘윈이 종교 자유 옹호 단체와 개인들이 서명한 서한을 대사관에 전달하려 했으나, 대사관 측은 이를 거부했다. 서한은 기독교 지도자들의 구금이 에리트레아 헌법(1997), 아프리카 인권 헌장, 국제인권규약(ICCPR)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에리트레아 출신 기독교인들도 집회에 참여했다. 델라웨어에서 온 아라야 데베세이는 “에리트레아에는 종교의 자유가 전혀 없다”며 “헌법을 무시한 탄압은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하일 테스파이는 “정부가 모든 종교를 통제하고 침투해 있다”며 “정교회, 가톨릭, 복음주의를 막론하고 자유가 없다”고 증언했다.
인권 활동가들은 수감자들이 선박용 컨테이너에 감금되거나, 십자가형 고문과 같은 극심한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복음가수 헬렌 베르하네는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자신이 32개월 동안 컨테이너에 감금됐던 경험을 증언한 바 있다.
에리트레아는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가 발표한 ‘2025 세계 박해 순위’에서 6위에 올랐으며, 미국 국무부는 해당 국가를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