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제기된 외국인 역차별 논란에 대응해 서울 전역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수도권 내 주택을 취득할 경우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갭투자' 등 투기성 거래는 사실상 차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는 26일부터 1년간 서울 전역과 인천 7개 구, 경기도 23개 시·군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경기도 일부 지역에만 적용됐던 제도보다 확대된 조치로, 수도권 전체를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지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개인, 외국 법인, 외국 정부는 해당 구역에서 전용면적 6㎡ 이상의 주택을 매수할 때 반드시 계약 전 시·군·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상 주택은 아파트,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이며, 오피스텔은 제외된다.
계약 체결 후 30일 이내에는 거래 신고와 함께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외화를 반입한 경우 금액과 신고 여부도 기재해야 한다. 허가를 받은 외국인은 4개월 내 입주해야 하고 이후 2년간 실거주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지자체의 이행명령이 내려지며, 취득가액의 10% 이내 이행강제금이 반복 부과된다. 위반이 심각할 경우 허가 취소도 가능하다.
국토부는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달 말 '부동산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앞으로 자금조달계획서에는 해외자금 출처와 비자 유형도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하며, 외국인 주택거래에 대한 상시·기획조사를 강화한다. 자금세탁이 의심되는 사례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하고, 양도차익과 관련해 해외 과세당국과 협력도 추진한다.
정부는 내년 8월 25일까지 1년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운영하되,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주택거래는 2022년 4,568건에서 지난해 7,296건으로 늘었으며, 올해 7월까지 이미 4,431건이 거래됐다. 특히 강남 3구 등 고가 아파트 거래가 집중돼 국세청은 현재 49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국회에는 외국인의 국내 주택 매입 시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법안 10건이 발의돼 있어, 이번 허가제와의 중첩 적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준형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외국인의 주택거래 비중은 크지 않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 상승을 자극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상적인 투자와 경제활동은 보장하되 투기적 거래는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상경 차관은 "이번 대책을 통해 해외자금을 이용한 투기 거래를 근절하고 외국인 거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