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 의무자 보호 부재… 신고율 감소 심각

신분 노출과 보복 두려움으로 위축되는 현장의 신고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학대 처벌 강화 및 방지를 위한 국회 사진전'에서 방문객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2014.03.04. ©뉴시스

“아이에게 직접 부모에게 맞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익명으로 신고를 했지만 누가 신고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고, 결국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를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지만, 정작 신고를 했을 때 우리를 보호할 장치는 없었습니다.”

한 초등교사의 증언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들이 마주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신고 의무자들의 신고 비율이 최근 몇 년 사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안심하고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유·초·중·고 교직원과 보육교직원, 학원 및 교습소 종사자, 아동·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 의료인·의료기사, 소방구급대원, 사회·아동복지 전담공무원, 아이돌보미, 입양기관 종사자 등 27개 직군이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 지정돼 있다. 직무 수행 중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되거나 의심이 생기면 즉시 신고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아동권리보장원의 ‘2023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전체 아동학대 신고 건수 중 신고 의무자의 비율은 2019년 23%에서 2021년 44.9%까지 증가했지만, 2022년에는 36.3%, 2023년에는 27.4%로 다시 감소했다. 특히 아동을 매일 접하는 교육·보육기관 종사자들의 신고율이 줄어든 것은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신고율 감소의 배경에는 신분 노출과 그로 인한 보복에 대한 우려가 있다. 법적으로 신고자의 신원을 노출해서는 안 되지만, 신고 내용만으로도 신고자가 누구인지 추정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한 상담교사는 “학교 이름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했지만 내용을 보면 특정 교사로 쉽게 좁혀진다”며 “결국 민원이나 항의에 시달리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김선숙 한국교통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학대 판정이 나오지 않으면 부모들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고, 판정이 나더라도 학교에 와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사 개인이 결정하기보다 보고 체계에 따라 처리해야 하지만 학교와 의료 현장은 문제화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해 신고 의무자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신고자를 철저히 보호하는 제도가 마련돼야만 현장에서 안심하고 아동학대 신고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기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