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금을 울리는 연설가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은 버락 오바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절 수많은 명연설을 통해 말의 힘을 입증하며 대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남겼다. 이러한 오바마의 곁에서 연설문을 쓰고 다듬은 인물이 바로 백악관 연설 비서관 테리 수플랫이었다.
수플랫은 오바마의 8년 임기 동안 연설문을 집필하고 수정하며 수많은 연설 무대 뒤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최근 출간된 그의 저서 『백악관 말하기 수업』은 단순히 연설문을 엮어둔 기록집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체득한 말하기의 기술과 노하우를 집약한 책이다.
그는 책에서 “나는 오바마가 연설할 때마다 무대 한쪽에서 청중을 바라본다. 연사와 청중 사이에 흐르는 강력한 ‘감정의 전류’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뇌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실제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3장 ‘말하기의 본질을 파악하라’ 중)
수플랫은 오바마 시절을 포함해 약 25년간 백악관에서 스피치라이터로 활동하며 총 3,500여 개의 연설문과 성명을 집필했다. 현재는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연설문 강의를 맡고 있으며, 연설문 전문 회사를 설립해 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는 연설에서 ‘말하는 방식’에 얽매이지 말고, 내용의 진정성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오바마 역시 이에 공감하며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고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또한 수플랫은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설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상황에 맞는 핵심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연설이나 발표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전달 방식이 화려해서가 아니라 그 내용이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원고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50-25-25 법칙’을 소개한다. 연설 준비 시간의 절반은 내용 정리에, 나머지는 원고 작성과 편집, 그리고 리허설에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연설이 단순한 원고 읽기가 아니라 전체 상황을 고려한 큰 틀 속에서 준비돼야 함을 보여준다.
책은 오바마가 남긴 다양한 명연설의 탄생 과정을 생생히 담았다. 미국 코네티컷주 총기 난사 사건 추모 연설, 2009년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 앤드루스 고별 연설 등 시대를 기록한 명연설들이 어떻게 준비되고 만들어졌는지를 상세히 소개한다.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추천사에서 “말을 통해 나를 찾고, 말로 사람들과 연결되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