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이 두 분기 연속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 호조에 힘입어 대규모 해외투자에 나섰지만, 국내 증시가 더 큰 폭으로 오르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이 더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5년 2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대외금융채권에서 대외금융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1조304억 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분기(1조840억 달러)보다 536억 달러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감소세를 보였던 1분기(-181억 달러)에 이어 2분기 연속 줄어든 것이다.
대외금융자산은 1651억 달러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자동차와 2차전지 업종을 중심으로 한 해외 직접투자가 이어지며 8048억 달러로 늘었고, 해외 증권투자도 1132억 달러 증가해 1조1250억 달러에 달했다. 이 중 지분증권은 미국 증시 상승에 힘입어 956억 달러 늘어났다.
그러나 대외금융부채는 2186억 달러 확대되며 1조6514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20년 4분기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증가폭이다.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가 1860억 달러 늘어난 1조510억 달러로 집계됐고, 지분증권은 1477억 달러 증가해 6204억 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장기채권을 중심으로 한 부채성 증권도 383억 달러 증가하며 역대 최대폭을 나타냈다.
임인혁 한국은행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대외금융자산에는 미국 증시 호조와 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됐고, 대외금융부채는 국내 증시 급등에 따른 외국인 지분증권 평가이익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다우존스는 5.0%, 나스닥은 17.7%, 일본과 홍콩 증시는 각각 13.7%와 4.1% 상승했으나 코스피는 같은 기간 23.8%나 급등했다. 원화 가치 역시 달러 대비 8.1% 오르며 외국인 투자자 수익 확대에 기여했다.
2분기 말 기준 순대외채권은 3572억 달러로 전분기보다 107억 달러 줄며 감소세가 이어졌다. 대외채권은 414억 달러 증가했지만, 대외채무가 521억 달러 늘어 순자산 규모를 줄였다. 특히 외국인의 국채 투자 확대 영향으로 일반정부 대외채무는 302억 달러 늘어난 2028억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외채 건전성을 보여주는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40.7%로 집계됐다. 최근 3년 평균치인 37.9%보다 높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범위에 속한다. 임 팀장은 “외국인의 단기채권 투자 수요가 늘었지만 대외지급 능력과 외채 건전성은 양호하다”고 말했다.
이번 수치는 해외투자가 사상 최대폭으로 늘었음에도 국내 증시 급등에 따른 외국인 수익이 압도적으로 커지며 순대외금융자산이 감소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향후 국내 증시 흐름과 환율 변동이 우리나라의 대외 건전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